2009년 한 해를 살아갈 한국 교회의 방향타를 마련해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가 3월 19일 폐막했다. 이번 총회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 후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가톨릭교회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교회가 딛고 선 현재와 사명을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또 하나의 계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번 주교회의 총회 결과에서 눈길을 모으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 주교단이 총회를 마치며 발표한 ‘국민들에게 드리는 글’이다. 이 글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특별한 사안 등과 관련해 발표하는 교회 차원의 성명이나 담화 형태가 아니라 한국 주교단이 국민들에게 보내는 글 형식으로 발표돼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현 시점에서 주교들의 다짐과 국민들에게 전하는 격려를 담은 이 글에서 주교단은 “불안과 갈등과 절망으로 얼어붙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따뜻한 온기를 살려내고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용기의 불씨를 댕겨주신 김 추기경의 발자취에 우리도 함께 뒤따르자고 다짐한다”고 밝히고 “미흡하지만 그분이 가신 발자국을 찾아 여러분들과 함께 이 나라, 이 땅에 희망의 불씨를 키워나가자”며 모든 국민들, 특히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희망과 사랑의 길을 넓혀 나가는 일에 힘껏 나설 뜻을 표명했다.
특별히 주교단은 “우리는 근래에 없던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그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역량도 주신다”면서 “서로를 가족처럼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매일 매순간에도 감사하고 서로를 아낀다면 머지않아 시련의 먹구름은 걷힐 것”이라고 전하며 사랑의 전령으로서 교회의 몫을 새롭게 돌아보기도 했다.
김 추기경의 선종을 계기로 우리는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고 일치시켜 나가는 힘은 바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서 나오는 것임을 눈으로 확인했다. 나아가 그러한 사랑은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한 가톨릭적 가치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려갈 때 가능한 것임도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주교단의 이번 글은 그리스도의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교회의 의지로 읽힌다.
주님의 백성으로 김 추기경 선종 당시 전 국민이 보여준 애도의 모습을 무겁게 가슴에 새기고 교회와 세상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제대로 수행하려 노력할 때 신앙생활에 새로운 밑거름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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