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환경사목위원회에서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 실무자들이 함께 모입니다. 하는 일들이 창조보전을 위한 교육과 조직 활동, 그리고 농민들이 만든 생명 먹을거리를 도시 성당과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보니 제법 실무자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모여 공부도 하고, 미사도 드리고 밥도 먹습니다.
모임을 마지막 주 수요일에 한다 해서 이름이 ‘막수회’입니다. 지난달 ‘막수회’부터는 실무자들이 먹는 밥을 성당에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환경운동을 하는 아줌마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반찬 생산공동체인 ‘건건이’에서 가져다줍니다. ‘건건이’란 말은 ‘변변치 않거나 간단한 반찬’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죠. 그런데 이 ‘건건이’에서 만든 먹을거리가 변변치 않거나 간단하지도 않습니다.
가톨릭 농민들이 생명농업을 통해 만든 농산물을 재료로 화학조미료 넣지 않고 순전히 손맛으로만 멸치볶음과 연근조림, 도토리묵과 겉절이 김치 등을 만들어야 하니 녹록치 않은 과정입니다. 만들어진 건건이와 밥을 차에 싣고 와 차리는 일도 집안일만 하던 주부들이 하기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건건이 대장 미카엘라 자매는 몸집답게 넉넉한 품새로 남은 건건이도 실무자들에게 아름아름 싸줍니다.
그날은 저도 김장김치가 다 떨어져 겉절이에 굶주려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떠올리며 맛있게 먹은 배추 겉절이 싸 달라 했습니다. “오케이! 근데 콩나물은 안 필요해요?” 저도 당연히 “오케이!”였습니다. 그날 미카엘라 자매는 배추겉절이와 콩나물에 오징어와 잡채까지 싸주었고, 집에 가 식탁에 꺼내놓으니 늦은 밤 출출했던 아내와 작은 놈이 달려듭니다.
“이거 전부 다 우리농으로 만든 거다”하고 자랑하니 한참을 먹던 아내가 말합니다. “이거 내가 만든 것보다 맛 없는데….” 이윽고 이어지는 한마디. “근데 나도 건건이에 들어가면 안 될까?”
어려운 시절, 손맛 듬뿍 담긴 소박한 건건이를 만드는 또 다른 ‘건건이’들이 우리 교회 안에 봄날 쑥처럼 여기 저기 불쑥 불쑥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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