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예고한 ‘인공위성’ 발사 문제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에 엄청난 긴장과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북한이 관련 국제규약에 가입하고 국제기구에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한 조처를 취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정세를 감안할 때 위성 발사를 강행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
순수한 뜻의 인공위성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믿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이 취한 태도는 그렇지 못했다. 어렵게 구축해온 남북 상생협력의 본보기라 할 수 있는 개성공단 통행이 수시로 차단당하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켜도 좋다고 여기는 북측의 태도다. 현재와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면 남북 교류에 있어 불안감은 가시지 않을 것이며 어렵게 쌓아온 협력과 화해 무드는 하루아침에 사그라질 수도 있는 일이다.
벌써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6자회담 등 외교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고, 지난 십수년 간 교회를 비롯한 민간차원에서 다져온 민족화해 또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북 포용정책은 물 건너간 듯 보이고 민간 차원의 화해와 협력 움직임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위성 발사가 몰고 올 후폭풍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직접적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이 문제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할 방안과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일단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이 다시 대화의 장에 나설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아가 새로운 틀의 남북관계를 정립해 나감으로써 민족의 화해와 협력이 무를 수 없는 대세가 되도록 해야 한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만은 아니다. 교황 요한 23세는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에서 “평화는 무기라는 힘의 균형으로 이뤄질 수 만은 없다”(110항)고 단언했다. 폭력은 폭력의 악순환을 낳는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상상할 수 조차 없는 파괴적 악몽 속에서 살게 될 뿐이다.
오늘의 위기를 맞아 교회 공동체는 ‘화해의 성사’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한반도, 나아가 전 세계 평화를 위한 길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 각자가 처한 사도직 현장에서 평화의 파수꾼이 됨으로써 한반도와 전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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