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마라토너들이 주님 수난 고통을 체험하며 뜨거운 신앙열정으로 부활할 것을 다짐했다.
가톨릭신문사(사장 이창영 신부)는 대구대교구 설정 100주년을 기념해 4월 4~5일 1박2일간 교구 내 성지 일대에서 ‘제2회 성지순례 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를 열었다.
대구 가톨릭마라톤동호회(회장 신억, 담당 김정우 신부) 주관으로 마련된 이날 대회에는 나이, 성별, 종교 등을 초월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300여 명의 마라토너들로 성황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교구 내 성지를 뛰며 주님의 수난 고통을 체험하고, 그 가운데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주님 수난 성지주일에 임하는 대회인 만큼 부활의 기쁨과 그 의미를 더 깊이 되새길 수 있었다.
고통 때마다 기도 바쳐
○…이날 대회는 4일 오후 7시 대구 남산동 대신학교를 출발해 신나무골 성지, 한티순교성지 등 교구 내 주요 성지를 돌며 다음날 오전 경산시 하양에 위치한 대구가톨릭대 효성캠퍼스로 도착하는 100km 울트라마라톤 코스로 진행됐다.
사순시기에 열렸지만 대회는 배려와 은총의 축제였다.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개성의 마라토너들은 대회 내내 여유롭게 달리며,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아무런 안전사고 없이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히 차가운 새벽의 팔공산 능성에서 참가자들은 극도의 체력적 한계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고통 때마다 기도를 바치며 하느님을 찾았다.
남자부 1위는 9시간 3분대를 기록한 이동문(47·현대자동차)·이광열(44·현대자동차)씨가 공동수상했으며, 여자부 1위는 11시간 22분대에 완주한 김미경(43)씨에게 돌아갔다.
주님 수난 체험
○…개회식에는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 주간 이상재 신부 이외에도 대구대교구 가톨릭마라톤동호회 담당 김정우 신부, 대구가톨릭대 교수 김명현 신부,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관장 임종필 신부 등이 참석해 성공적인 대회를 기원했다.
이창영 신부는 대회사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그만큼 완주했을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이번 대회 안에서 수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뜻을 깊이 새긴다면 우리도 부활의 영광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회 전 오후 5시 대구 대신학교 강의동에서는 김정우 신부 주례로 기념미사가 봉헌됐다. 김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이번 대회는 극도의 고통과 외로움을 견디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피정의 시간”라며, “하느님을 만나며 그 사랑을 체험하고 새 삶을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종교간 화합의 장
○…대회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300여 명의 마라토너들로 들뜬 분위기였다. 특히 비신자와 타종교계에서도 큰 호응을 보인 화합의 자리였다.
대회에 직접 참가한 사제들도 눈에 띄었다. 대구 가톨릭마라톤동호회 담당 김정우 신부, 춘천교구 관리국장 김명식 신부, 대구가톨릭대 교수 김명현 신부 등이 로만칼라 대신 등번호를 부여받고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발휘했다.
타종교계에서도 단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불자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한 대한 조계종 혜문 스님은 승복을 입고 100km를 완주했으며, 여자부 1위를 차지한 김미경씨 등 개신교 신자들도 참가했다.
최고령 김판용(69)씨와 최연소 정상민(27)씨를 비롯해 울트라마라톤대회만 77회 참가했다는 이만식씨(44), 풀코스와 울트라코스를 합쳐 99회째 도전해 100회 달성을 앞둔 강석기(예로니모?53)씨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다.
또한 20여 명이 단체로 참가해 체크 포인트마다 큰 함성으로 구호를 외치던 서울대교구 가톨릭마라톤동호회의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100여 명 봉사자 대회 준비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대회를 성료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대회를 주관한 대구 가톨릭마라톤동호회 회원들. 지난해 말부터 ‘사랑과 봉사 정신 넘치는 울트라마라톤 축제를 만들자’는 슬로건으로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대회를 준비해왔다. 특히 2월 28일 코스 사전완주를 비롯, 대회 한 달 여 전부터 자원봉사자 모임을 갖고 안전교육을 꾸준히 진행했다.
동호회 총무 유수상(안드레아)씨는 “모든 회원들이 투철한 선교 사명으로 봉사하고 있다”며, “가톨릭신문사와 대구가톨릭대, 대구 평협, 대구지방경찰청 등 관계자와 전국 마라톤동호회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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