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이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감을 고백하는 예수 부활 대축일이다. 부활의 기쁨과 은총이 모든 이들과 함께하길 기원한다.
예수 부활은 죽음을 새 생명으로, 어둠을 빛으로 바꾼 사건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이 역사를 통해 죽음 너머에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믿는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땅에 떨어져 썩는 한 알의 밀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님의 복음을 살고 또 전해왔다.
이 시대는 더욱 더 부활하신 주님의 기쁜 소식을 필요로 한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고통으로 아우성치는 이들의 몸부림과 주님께서 주신 생명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가난한 이들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이 주었던 슬픔과 고통이 현실에서 재현되는 듯하다.
부활하신 주님은 이러한 때를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변화된 삶을 살도록 초대하신다. 하느님의 초대에 맞갖게 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편적 성화의 소명을 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 자신부터 먼저 성화되어야 한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처럼 자신을 버리고 죽지 않으면, 우리가 속한 가정과 사회는 짠맛을 잃은 소금처럼 진부하고, 희망과 기쁨이 없는 상태로 사랑과 화해, 일치와 신뢰를 외면한 채 기약 없이 제자리를 맴돌 것이기 때문이다.
힘겹고 고통스러운 때일수록 초대 교회 신자들의 삶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주님 부활을 체험한 신자들은 자신의 것을 서로 나눔으로써 살아서도 부활의 기쁨에 동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최근에도 이러한 부활의 은총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었다. 바로 지난 2월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남기고 간 사랑의 유산을 통해서였다. 김 추기경으로 인해 사회 곳곳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감사와 사랑의 실천은 우리의 삶 속에 실재하는 부활의 놀라운 섭리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록 작은 감사와 사랑의 실천이라도 많은 이들이 함께할 때 좋은 열매를 맺고 결국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처럼 부활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사건’이 될 때 비로소 기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믿음과 삶이 일치했던 김추기경의 신앙과 삶을 본받아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김수환 추기경’처럼 사는 것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섭리된 부활의 삶임을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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