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팔일 축일 내 수요일인 오는 4월 15일은 최양업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지 1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올해가 최양업 신부와 124위 순교자 시복 시성 법정이 폐정되고(5월 20일) 교황청에 관련 자료를 송부하는 해여서 이번 160주년은 더욱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 속에서 12년 동안 길에서 살다가 길에서 죽은 ‘땀의 순교자’최양업 신부는 이 땅의 신앙을 재건한 한국판 바오로 사도였다. 그는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가운데 묵묵히 기도하며 묵묵히 걸었다. 그는 또한 한국교회 두 번째 사제이지만 실질적으로 한국 교회 성장을 위해 헌신한 첫 번째 한국인 목자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최양업 신부는 많은 저작을 통해 한국 교회의 내적 기초를 놓는데 일생을 바쳐 공헌한, 넓은 의미의 ‘한국교회 교부’다.
이런 그가 아직도 한국교회 신앙인들의 영성 삶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아직도 최양업을 단순히 한국교회 두 번째 사제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에 대한 영성과 삶이 오늘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각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대건 신부의 삶과 순교가 많은 신앙인들에게 경외로 다가온다면, 최양업 신부의 삶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최양업 신부의 삶 면면을 들여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살았을 수 있을까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최양업 신부의 삶을 널리 알려야 한다. 그 삶에 대한 재조명 노력과 함께 영성을 체계화 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역사학자 뿐 아니라 영성 신학자들의 노력도 필요한 이유다.
또한 이번 기회에 최양업 신부의 모친인 이성례 마리아에 대한 재조명도 필요하다. 그녀는 감옥에 있던 중 젖먹이 아들이 굶어죽자 모성애에 의해 일시적으로 배교했지만 곧 마음을 바꿔 아이들을 모질게 떼어 보내고 스스로 옥에 갇혀 참수형을 받았다. 모성애를 뛰어넘은 이같은 어머니의 신앙은 분명, 사제 최양업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요즘 금경축, 은경축 행사가 부쩍 늘었다. 우리들은 평생 동안 하느님의 벗으로 살아온 노사제들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선물을 전하고 그 삶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제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릴 줄 안다면, 160년 전 사제품을 받은 한 청년 사제의 땀과 노력 또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양업 신부가 하루빨리 성인의 반열에 올라 한국교회에 새로운 영성 모델로 정착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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