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른신들 말씀,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집 나가면 ‘X고생’이다.
이 시대 불륜의 아이콘, 탤런트 변우민은 길거리에서 더러운 담요를 뒤집어 쓴 채 울먹이며‘집 나가면 X고생’이라고 외친다. 한동안 씻지 않은 불쌍한 모습의 산악인 엄홍길 대장도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허기진 모습으로 라면을 먹으며 ‘집 나가면 X고생이다’라고 한다. 개밥을 훔치려는 무전여행객, 병영체험중인 학생, 피서 나섰다 소나기 만난 가족, 모두 집 나가서 X고생하는 이들이다.
맞다. 집 나가면 돈 깨지고 몸 축난다. 보너스도 줄었는데, 집 나가봐야 가정 경제만 망친다. 또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험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자칫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를 질 수도 있다. 그저 집에 ‘콕’ 틀어박혀 왼손에는 리모콘 만지작 거리며, 오른손으로는 오징어 다리 뜯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통을 싫어하면서도, ‘주여 이 고통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라고 기도하면서도 이 ‘X고생’을 통해 성장해 왔다.
멀리 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주위에서 고생의 미학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친구를 사귀지 않으면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갈등의 고통을 피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실연의 고통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친구를 사귀고 사랑을 한다. 친구를 사귀며, 사랑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나가야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위대한 탐험가, 발명가 개개인의 고생은 인류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왕자 싯다르타는 집에 가만히 있었으면 평생 동안 편안히 살 수 있었는데도, 결국에는 집을 나갔고(出家) 그 결과로 해탈이 열매를 얻었다. 바오로 사도의 고생 이야기도 유명하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에 시달렸습니다”(2코린 11,27) 라고 썼다. 한국교회의 수많은 순교자들과 외국 선교사들도 고생을 자처했다.
X고생의 결정판은 예수 그리스도다. 그리스도는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 8,20)며 집 나온 고생을 토로했다. 그런데도 광야에서 단식할 때 ‘X고생하지 말라’는 악마의 달콤한 유혹을 단호히 물리쳤다. 빌라도가 사면하려고 했을 때도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않아 결국에는 십자가 고난의 길을 걸었다. 그 피와 땀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여기서 부활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우리가 만약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고백한다면 고생을 피할 이유가 없다. 그리스도는 고생에 정면으로 맞섰다. 하느님은 고통 안에서 더욱 크게 다가온다. 또 그렇게 되는 가운데 고통 받는자의 궁극적 피난처요 희망으로 머물 수 있다. X고생은 X고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진리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2코린 4,18). 우리는 기도하며, 신앙을 실천하며, 부활을 기다리며, 지상에서의 ‘X고생’을 묵묵히 이겨내야 한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숨을 헐떡이며 달려보자. 목표점에는 희열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 친한 사람과 헤어질 때 웃으며 “고생하세요”라고 인사하자.
옛날 어르신들 말씀, 틀린 것 하나도 없다. ‘X고생’ 끝에 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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