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개혁에 따라 모든 전례서를 우리말로 펴내면서, 주교회의의 사단법인인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직접 출판하도록 하였습니다.
전국의 모든 교구장 주교님들께서 세우신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는 사실 그 설립(1949년) 당시부터 교구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전국적인 출판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신자 수 18만도 안되던 해방전의 교회가 서울 대구 덕원에서 따로 "공과" 등을 펴냈기에 교구간 이해를 초월 하는 전국적인 출판사업이 절실하게 요청되었던 것이며, 그러한 요청은 지금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주교회의 1985년 추계 정기총회(10월 14~17일)는 전례서 출판에 관하여 이렇게 결정하였습니다.
"모든 전례서의 편찬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가 담당하고 그 출판은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가 맡기로 한 주교회의의 기존 결정을 재확인하고, 각 교구가 이에 더욱 협력하기로 하였으며 평신도의 전례서 편찬과 출판은 제재키로 하였다".
주교회의에서 여러 차례 거듭 확인된 이러한 결정은 새 교회법의 정신에도 부합할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중앙 협의회의 설립 목적에도 맞갖는 것입니다.
이는 공의회의 전례개혁 정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하여 모든 전례서 출판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제각기 임의로 전례서를 편찬, 발행한다면 전례거행 자체가 통일성을 잃고 신자들 사이에 혼란과 불편을 야기할 것입니다.
주교회의의 이러한 결정에는 그 출판 수익금으로 이윤이 없어도 발행해야 하는 각종 예식서와 사도좌 문헌 등을 출판하여 사목자들과 신자들에게 보급하고 주교회의 자체와 사무처를 운영하자는 뜻도 담겨있습니다.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가 전례서 출판을 "독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하며 외국의 경우들을 제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먼저 전례문의 저작권을 가진 기구가 그 저작물을 출판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일반 시장의 개념으로 말하는 독점이 아닙니다. 주교회의가 전례서를 직접 출판하는 목적은 그 무엇보다도 전례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가지고도 여러 출판사에서 달리 편집하여 낼 때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바로 신자들입니다.
또한 각종 예식서를 비롯 전례서의 개정 연구와 편찬에 관한 정책의 추진과 그 투자 또한 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할 때에 한국교회 전체의 전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분량으로 보아 1백여면에 지나지 않은 "미사통상문"의 개정 출판에 10년이나 걸리는 일을 수지 계산을 하여야 하는 일반 출판사에 맡겨서 충실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전례서의 편찬이나 그 개정작업은 기도서나 성가집 등 그 책 하나만이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공식 용어는 다른 여러 전례서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교회의는 또한 주교회의의 운영을 위하여 출판사업에서 수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교회의는 출판사업의 수익을 주교회의의 운영과 전국 차원의 사목활동에 쓰고 있으므로 그 수익은 결과적으로 전국의 모든 신자들에게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출판사에서 전례서를 출판한다면 그 수익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교구나 수도회 또는 개인을 위해 쓰여지고 그 수익으로 추진하는 좋은 일도 그 범위에만 한정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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