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주변에는 여러 가지 형태로 가난한 이웃들이 많이 있다. 그들을 도와주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자선이 아니라 당연하고 공평한 삶의 행위이다. 그들은 이 세상에 물질로는 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를 나누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신길동의 울타리 안에는 세 공동체가 살고 있는데, 그 중 가출 소녀들을 위한 공동체에서, 며칠 전 20명의 소녀와 5명의 수녀님이 꽃동네에 봉사 활동을 다녀온 후 평가회를 가졌다.
그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악취하며, 대소변이 묻은 빨래하기, 밥먹여주기, 목욕 시키기, 땡볕에서 풀뽑기 등 견디기 힘든 일 앞에서 울고 싶고 도망치고 싶었고, 배는 고파도 먹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더 불편한 사람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가난함을 보았고,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 이러한 체험을 하게 해 주신 수녀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 지금까지 받기만 했는데 줄 수 있다는 기쁨, 참기 힘든 악취 안에서 사람의 아름다운 향기를 맡았다는 그들의 표현 앞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렇게 힘들었던 4박5일이었지만, 정들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 눈물이 나왔다며 평가 도중에 울먹이는 소녀도 있었다. 그리고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고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고,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들은 이 소녀들의 마음에 소중한 사랑의 씨앗을 심었고, 냉랭한 마음들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소중한 현존이다. 이 세상의 많은 가난한 사람들, 그들은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소중한 것을 이 세상에 내어주는 고귀한 존재들이다. 나누고 베푸는 삶이야말로 공평의 원리를 삶으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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