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만약 새 부대에 담지 못하고 오래되고 구멍 뚫린 부대에 술을 담게 되면 터지게 마련이다.
교회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도록 그 구조를 다양하게 변화시켜야 21세기 사회의 구원의 빛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요사이 우리나라가 IMF의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경제개혁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정부에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도록 촉구하고 있다. 만일 「교회는 구조조정이 필요 없는가?」 라고 묻는다면, 아무도 자신 있게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본당 관할구역은 전통적으로 속지법에 의해 정해지므로 거주지와 가까운 본당으로 신자들은 다니게 된다. 그런데 요사이 교통편의와 주차시설 등의 여건이 갖춰진 곳으로 가는 신자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을 간과한 체, 마냥 「본당 구역이니까 우리 본당으로 나와야 된다」고만 고집할 수 있겠는가? 평화로운 공동체 분위기와 은총이 충만한 주일 미사를 찾아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이 점점 늘어가는 현실이다.
작년 여름 사제 피정을 다녀오면서 「성도, 만족, 감동」이라는 표어가 붙은 개신교 교회 차량을 본 적이 있다. 「예수, 구원, 천국」이라는 표어가 일반적이지만, 그 차량에는 기업경영에서 볼 수 있는 「고객 우선, 고객 만족, 고객 감동」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래서 동승한 사제들이 그 표어를 나름대로 해석하며, 성도를 만족시키고, 감동시키는 교회라는 의미임을 서로 얘기했다.
교회는 물론 신자들의 편의 위주로만 본당을 운영할 수는 없지만, 보편적인 교회의 모습이 「내 구역, 네 본당」하는 식의 경직된 모습보다 신자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은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기에 자기 본당과 구역만을 고집할 수 없다. 교회법은 속지법을 적용하기 보다 속인주의를 채택해야 한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타 본당 신부님의 강론이나 강의를 들으면서, 몸은 관할 본당에 다니지만 영적인 영향력은 다른 본당 신부님의 영향권에 있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본당 사무실의 열린 공간, 열린 모습이 필요하다. 사무실의 문턱을 낮추고 신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관공서에 민원서류를 전화나 PC로 신청하면 쉽게 발급 받을 수 있다. 본당 사무실이 업무적으로 바쁘지만, 경우에 따라 세례증명서 등의 서류가 필요에 따라 즉각적으로 발급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도 본당의 민원서비스가 관공서보다 더 느린 곳도 없지 않다. 물론 제대로 서비스하는 본당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도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행해졌던 것과 같이 서류 한 장 발급 받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구태의 분위기는 없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다리는 습성이 별로 없다. 교무금을 사무실에 납부하고 있는 대도시 본당에서는 주일날에 줄을 서서 기다리지 못해 교무금을 1년 동안 미루다가 성탄 때에 겨우 납부하는 교우들이 얼마나 많은가? 교회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로, 신심의 정도 뿐 아니라 직업과 연령, 계층이 천차만별이기에 거기에 맞는 사목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양한 모습의 신자들을 인정하고 껴안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쉽다. 신자들이 교회의 문을 두드릴 때는 하느님의 부르심과 본인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교회의 구조조정이 갈수록 늘어나는 쉬는교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교회를 멀리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라는 식의 방관은 어쩐지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교회는 시대에 맞는 사목적 구조개혁의 틀이 필요하다.
본당 운영도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의 협력체제가 주교와 사제와 신자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사목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시스템이 시급히 요구된다. 아무런 대비책이 없이 문제만 알고 있지 실제로 방안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갈수록 교세통계상의 신자 수는 늘어나고 실제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신자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가 계절이 바뀌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옷을 갈아입듯이 교회가 21세기에 맞는 시대의 옷을 갈아입어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구원의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람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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