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격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듯 하다. 우리 사회가 겪고있는 혼란이 결코 새롭거나 이상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전환기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진통을 경험해 왔다.
지난달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기술체계가 인간을 어떤 특정한 존재양식이나 행동방식에 가둬버리는 현상을 「철제 새장」(iron cage)이라는 용어로 표현한 바 있다. 기술체계가 우리를 '철재 새장'속에 가둬 버릴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이론이 새삼 되새겨진다. 컴퓨터와 디지털, 광케이블과 위성이 주도하고 있는 정보통신 기술과 사이버공간이 유토피아가 될 것이냐,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우리가 기술을 어떤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는가 하는데 달려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PC보급률과 인터넷 이용률이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지도 오래다.
「정보의 바다」로 불리우는 인터넷 혁명은 이 순간에도 교육으로부터 전자상거래와 의료행위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몰라보게 바꾸어놓고 있다.
인터넷 혁명을 통해 우리는 접속만 하면 무한한 정보의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충분한 준비도 없이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정보의 바다인 사이버 공간에는 유익한 정보만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숱한 쓰레기와 감정으로 얼룩진 생각과 주장이 난무하고 일부 네티즌들은 무한정한 표현의 자유와 해방만을 부르짖고 있다.
사이버 공간은 현실의 대안이기보다는 역기능과 부작용을 안고 있는 디스토피아의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사이버공간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더구나 일부 교회 홈페이지에서 우리가 겪었거나 지금도 진행중인 상황들은 예사스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이버공간이 과연 유익하고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사이버 공간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욕지거리 수준의 천박한 언어표현과 막가파식 인신공격, 익명성 뒤에 숨은 폭력과 비인간성으로 무장한 증오와 원한, 정상배같은 적대적 시각의 저급한 비난과 비방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지금도 방종과 일탈행위가 명예훼손과 범죄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혁명에 의한 사이버 공간이 우리에게 있어서 새로운 기회이자 가능성이기보다는 무질서와 혼란, 나아가서 각종 사회범죄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의 사이버공간은 유토피아보다는 오히려 위험이 도사린 디스토피아 쪽으로 기울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방치될 경우 타율규제가 뒤따를 것은 뻔한 일이고 그 결과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마저 제한받는 현실이 초래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새삼 「철재 새장」'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따지고 보면 사이버 공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과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사이버공간은 전 세계가 하나의 촌락으로 연결된 커뮤니케이션 공간이기도 하다. 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사이버 공간은 언제, 어디에서나 접속하는 사람들이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이같은 공간이 우리에게 유토피아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네티즌들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이 절대적이라는 어리석은 자기중심주의적 독단과 독선에서 벗어나 공존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마저 방종으로 치닫는 자유와 해방을 요구하기보다는 책임과 의무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사이버 공간의 주체인 네티즌들에게 스스로의 자기비판과 자율규제가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사이버공간은 그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엄격한 자율적인 자기규제로 질서를 세워나가지 못할 때 무질서와 혼란, 혼돈과 위험의 상태로 빠지고 말 것이다.
새 시대의 기술체계가 등장할 때마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은 우리를 혼돈과 회의에 빠지게 했었다. 이럴 때일수록 설치고 나서는 어리석음보다는 묵묵히 본보기를 보이며 바른 길로 나가는 실천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성숙한 신앙정신의 발휘로 갈등과 혼란을 극복했던 지난날의 교훈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로 가는 삶의 공간, 신앙의 터전인 사이버공간을 이대로 둘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정보의 바다에 몰아치고 있는 폭풍우와 격랑을 헤쳐나가기 위해 교회와 신앙인들의 바른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교회가 운영하는 사이버 공간은 우리가 지켜야 할 무형의 성전이기 때문에 더더욱 올바른 신앙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지금도 「너희의 생각은 어떠하냐?(마태오 18. 12)」하고 물으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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