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신문 방송들을 도배하다 시피한 미국 테러 대참사 뉴스들 중 필자의 눈길을 끄는 보도 사진이 있었다. 테러사건 이후 뉴욕 타임스 스퀘어 사무실 건물 유리창에 붙여진 짤막한 메모들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것이었다.
「평화, 대참사 잊지말자」「평화에는 국경이 없다. 노력한다면 어렵지 않다」「증오를 넘어 일어서자」「강해지자. 그러나 왜 라는 질문은 반드시 던지자」「웃음과 미소를 기억하자. 우리 서로는 필요한 존재다」「생존과 기억…」. 영어 일본어 등 각 나라말들이 뒤섞여 있는 이같은 짧은 생각들은 소시민들이 겪은 사건의 충격과 상처 그리고 평화 안녕에 대한 갈망이 그대로 전해오는 듯 뇌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블록버스터 영화 같았던 건물의 파괴장면 보다 더욱 폭력이 낯선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사태는 어떠한 말로도 설명될 수 없는 참혹함이다. 비인간성을 인간이 넘어서지 못한 모습을 보는듯한 안타까움이다. 인류의 새로운 미래와 평화 발전 희망을 얘기하며 가슴 저린 기대 속에 맞았던 새천년의 다짐들이 무색하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은 「테러가 뿌리 뽑힐 때 까지…」라는 장기전을 선언하고 나섰고 한국을 포함 많은 나라들 역시 미국의 테러 근절 의지에 전폭적 지원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과연 각계에서 조심스럽게 일고 있는 여론처럼 전쟁이 최선일까. 차제에 생각해 볼 것은 이번 테러의 뿌리가 바로 미국이라는 점이다. 부지행정부는 집권 이후 힘에 의한 패권 정책과 일방적인 대 이스라엘 지지로 세계적인 비판과 아울러 아랍권의 분노를 자초했다. 또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과 국제기구 협약 탈퇴, 세계 인종차별 처례 대회등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동들도 '힘의 미국'을 부르짖는 미국이 그만큼 국제사회 안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한 것인가 하는 회의를 갖게한다.
전문가들의 충고처럼 미국은 미국 국민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군사 행동을 벌일 것이 아니라 왜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가 테러 공격의 목표가 됐는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미국에 대해 조직적이고 격렬하게 적대행위를 하도록 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문정현 신부 등 몇몇 인사 단체들이 미국의 전쟁 방지를 호소하는 시위 모습이 보도됐지만 미국 내외 언론 학계에서 일고 있는 반전(反戰), 신중론처럼 '전쟁이 평화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미국은 되새겨야 한다. 행방을 알 수 없는 빈 라덴을 쫓는다는 명분으로 어린이 여성 등 죄없는 민간인들만 화를 입을 수 있고 아랍계 전체와의 충돌도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점이다. 과거의 테러 무력 보복들이 실패한 전력들도 상기해볼 만하다.
이번 참사로 인해 이미 세계는 혼란과 전쟁의 위기감에 빠져있고 경제적 손실로 인한 경제적 위협도 서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있다. 상황에서 미국이 일방적 의지대로 대립과 갈등만을 주장하게 된다면 폭력이 폭력을 낳고 보복이 보복을 가져오는 결과 또한 자명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9월 16일 「미움과 폭력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정의와 평화에 봉사하기를 바란다」고 미국의 전쟁 자제를 촉구하셨다.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의 갈망을 미국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타임 스퀘어 빌딩의 메모들에서 발견되었던, 무고한 이들의 희생에 대한 아픔과 충격이 미국의 무절제한 보복 응징 행동으로 또다시 다른 나라에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테러 참사와 관련한 전세계의 애도 물결을 지켜보면서 2차 세계대전후 그리스도교적 형제애 실천을 강력히 호소하면서 전개됐던 '그리스도의 평화(Pax Christi)' 운동 정신을 떠올릴 수 있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압도적 지지와 공감을 얻어 번져나갔던 것으로 알려진 이 운동은 그리스도교안에 내포돼 있는 평화 건설의 힘을 하나로 모아 실천하자는 사명을 띠고 있다. 세상을 뒤흔들어 놓은 미국 테러 대참사가 한편 「그리스도의 평화」운동 처럼 전 인류의 평화 건설 의지를 다짐하는 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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