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초유의 자살 비행 테러 사태를 마치 생방송으로 중계하듯이 TV 화면을 통해 목도했다. 한마디로 이번 테러 사건은 이전의 다른 어떤 폭력 사태보다도 충격적이었으며 실로 경악스러운 사건이었다.
그 어떤 이념이나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 하더라도 무죄한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이번 테러 사건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 때문에 전세계는 인종과 종교, 국가적 이해 관계를 넘어서서 한 목소리로 이번 폭력 사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지금도 수많은 테러 집단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끊임없이 테러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당연히 어떤 형태의 테러들도 그 도덕성에 있어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테러와 같이 무차별적이고 대량 살상을 목표로 한 테러는 더 이상 지구촌에서 자행되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 차제에 국제사회는 테러 행위를 근절시키고 인류의 평화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건설해나갈 수 있는 국제적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이번 테러가 또다른 형태의 폭력을 양산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본다. 폭력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결코 폭력이어서는 안된다. 어떤 종교적 교의나 신념을 떠나서 인간 사회의 철칙이며 지혜이다.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는 것은 동서 고금의 진리이다.
이제 미국은 테러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응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전쟁 행위'로 규정했으며 테러의 주범들을 재판하고 응징하기 위한 군사적인 준비를 갖추고 있다. 자칫 미국은 이슬람권, 아랍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위험을 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무력 사용은 결국 또 다른 무력과 폭력을 가져올 것이다. 물론 우리는 비인간적이고 대규모적인 이번 테러로 미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의 감정을 십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이미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의 참상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자칫 더 큰 규모로 확대될 수 있는 무력 보복에 미국 정부는 좀더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응징이 야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무죄한 양민들의 희생이다. 이번 테러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무참하게 희생됐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수행하는 보복 공격은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이번 테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을 또다시 희생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테러가 가져온 비인간적인 살상 행위와 보복 공격이 도덕적으로 얼마나 차이를 지닐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미국은 진정한 인류 평화의 실현을 위해 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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