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16일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 기념 순교자현양 신앙대회」가 열렸다. 특별히 이번 대회는 한국교회 창립선조들과 신유박해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운동의 당위성을 재확인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대회였다고 본다.
새 천년을 시작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번 시복시성운동은 한국교회가 주체가 되어 우리 손으로 시작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세기의 시복시성운동은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에 의해서 시작되고 추진된 것이다. 그결과 「103위 성인 탄생이라는 영광을 안았지만 자기 수도회 소속 순교자를 현양하기 위한 노력과 열정에 우리 순교자들이 덤으로 영광을 입은 결과」였다는 지적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신앙을 전수해준 할아버지 할머니는 간 곳 없고, 손자손녀들만 주인공으로 공경하고 있는 것」이 한국 성인공경의 현 주소다.
오늘의 한국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순교신심'을 살았던 초창기 신앙 선조들을 올바로 공경하는 것은 이제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의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우리 힘으로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의미는 후손된 도리를 다한다는 당위성과 더불어 자발적인 순교신심을 함양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한국교회가 벌이고 있는 새로운 시복시성운동은 매우 고무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본다. 순교자 일변도의 시복시성 추진에서 증거자인 최양업 신부와 김범우가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로 삼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21세기에 접어든 한국교회의 가장 시급한 요청 중 하나가 「성직자들의 솔선수범」이라는 점에서 최후의 순간까지 양떼를 찾아나섰던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 추진은 매우 뜻깊다.
또하나 그동안 각 교구별로 추진되던 시복시성작업을 전국적으로 통합추진키로 결의한 사실이다. 「우리 교구」라는 의식을 떠나 모든 순교자를 「한국의 순교자」로 공경하고 현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게 하고 있다. 우리 본당, 우리 교구만을 강조하고 있는 현실안에서 신앙선조들의 모범을 보다 구체적으로 본받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어느 일개 교구의 순교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순교자, 한국의 순교자들께 한국교회의 당면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은총을 전구해보자.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 신앙선조들을 현양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이번 신앙대회의 슬로건이 새삼 마음에 와닿는다. 「가슴에는 순교정신을, 머리에는 선교정신을」 실천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다같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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