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큰 명절인 한가위가 곧 다가왔다. 지인에게 전하는 마음의 선물, 가족들이 정답게 나눌 음식. 가정마다 준비할 것이 많겠지만 조상을 기념하고 수확에 감사하는 단정한 마음가짐이 명절을 맞는 기본 자세가 되어야 할 듯하다.
이를 생각하며 추석날에는 각 가정이 제사, 미사 등 가정의 전통과 종교에 따른 예식을 지내게 마련이다. 집안 식구 모두가 가톨릭 신자라면 각 본당에서 마련하는 한가위 미사를 봉헌하면 되겠지만 많은 신자 가정에서 한국인의 오랜 풍습대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천주교회는 주교회의 전례위원회가 공식 인준한 상제례 예식안을 갖고 있지 않아 신자들은 매번 명절을 맞으며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실정이다.
이미 1984년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은 기존의 '성교예규'에 조상에 대한 추모와 효도의 뜻을 담은 상제례예식을 첨가하고 「상제례예식서」로 개칭하기로 하는 일반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상제례토착화 연구특별위원회가 93년 시안을 제정하기도 했으나 주교회의의 인준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자 가정에서는 사제 개인이나 교구 차원에서 권장하고 있는 예식안 시안을 임의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예식」의 원래 의미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통일된 예식안의 마련은 두말할 필요 없이 시급한 일임이 자명하다. 제사상을 직접 준비해야하는 주부들의 경우 추석 차례상 차리는 법과 예식안을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다 보면 답답함과 미안함을 느끼고 지나칠 수밖에는 없는 일이다.
통일된 상제례예식안의 마련은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중요한 일이며 이는 한국천주교회가 해결해야 할 토착화 작업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순교자 성월을 지낸 후 맞는 한가위는, 동양 전통과 서양 신앙의 마찰 속에서 제사 거부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순교자들을 떠올리며 오늘날 토착화의 의미와 과제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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