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개월 사이 인간 생명과 관련이 있는 각종 학회의 학술발표회나 세미나에서 핵심적인 주제로 등장하는 내용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줄기세포(Stem Cell, 幹細胞)에 관한 것이다.
생명과학 분야에서의 윤리 논쟁의 중심에도 어김없이 줄기세포가 자리잡고 있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생명윤리기본법의 핵심도 줄기세포의 추출과 관련되는 문제이다. 체세포 핵이식 방법에 의한 인간 배아의 복제 허용 혹은 금지의 문제도 결국은 줄기세포를 어떤 방법으로 용이하게 얻을 수 있는가와 직접 관련되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는 신체의 모든 장기나 조직을 만들어내는 만능세포로서 이 세포는 분화하여 궁극적으로는 뼈, 혈액, 뇌, 근육, 장기, 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각종 뇌질환에서부터 심장병,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씨병 등 현대의학으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난치병들을 가까운 미래에 완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곧 줄기세포의 분화 과정을 통해 인체의 신호 체계를 밝혀내면 질병이 발생한 조직과 기관을 재생시키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면서 질병의 원인은 완벽하게 제거될 수 있게 된다.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는 1980년대 초반에 쥐를 실험대상으로 실시되면서 다양한 조직에서의 줄기세포가 확인되기 시작하였고 현재까지는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의 성체줄기세포가 확인되었다. 이러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1990년 초에 쥐의 배아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의 연구로 이어졌고, 이 연구는 1998년 인간 배아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인간 배아에서부터 줄기세포를 분리 추출하는데 성공하면서 세상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한다. 왜냐하면 배아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와는 달리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세포로서 예상되는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이렇게 인간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로 발전하면서 이에 따르는 매우 심각한 윤리 문제가 생겨났다. 곧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인간생명으로서의 배아는 반드시 파괴되어야만 하고, 이는 곧 줄기세포의 확보를 위해서 배아로서의 인간이 일종의 도구로 전락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의 윤리는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온전한 인간 인격으로서의 인간 배아를 파괴하면서까지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을 반대할 뿐이다. 줄기세포가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큰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에 계속 연구, 활용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밀라노 성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올해 초 태반은행을 설립하여 태아 추출물이나 탯줄 등을 이용하여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연구를 시작하였고, 로마 교황청에서도 이를 지지한다.
비록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보다 분화능력에 있어서는 다소 뒤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일정한 방향의 분화 조절이나 안정성에 있어서는 오히려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그 기여도에 있어서는 절대로 뒤떨어지지 않을뿐더러 윤리적인 문제도 없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는 생명과학 분야의 교수 및 의사들로 구성된 대한줄기세포연구회가 결성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특정질환의 세포치료 기술 개발을 위해 제조된 줄기세포주들을 관리, 보급하기 위한 줄기세포주은행을 설립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일 이들의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인간 배아의 파괴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또 하나의 죽음의 문화이며, 우리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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