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우려했던 미국의 공습이 마침내 개시됐다. 걸프전처럼 다이나믹하지는 않더라도 어둠을 뚫고 치솟아 오르는 미사일의 위용을 통해 우리는 그 엄청난 폭발음 아래 희생될 무죄한 이들의 존엄한 생명을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다.
외신으로 들어온 사진들 중에 아프간의 어린이들 사진이 몇 장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허허벌판, 짚으로 엮은 듯한 허름한 난민 캠프촌에서 겨우 두 세살 남짓한 아이 하나가 자기 손바닥만한 빵조각 하나를 소중하게 들고 있는 모습이다. 또 다른 사진 한 장에서는 한 여자 아이가 팔뚝만한 뼈를 들고 입으로 뜯어먹고 있다. 이미 살은 다 발라져 남은 것이 없었다.
증오와 복수심에 사로잡혀 서로 할퀴고 때리는, 전쟁이라는 인류의 비극은 태초 이래 단 한순간도 인간의 역사책에서 사라진 적이 없을 것이다. 문명과 문화가 아무리 발달하고 인간 이성이 높아져도 이 비극적인 상황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평화에 대한 우리들의 염원을 더욱 절실하게 한다.
엄청난 무죄한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테러 집단의 광기 어린 폭력은 그에 상응한 응분의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함은 물론이다. 그 이유가 어떤 것이든 익명의 다수를 상대로 한 이같은 테러 행위는 무슨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따라서 국제사회는 책임 있는 이들을 당연히 규명하고 색출해서 범죄행위에 대한 대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다분히 보복 성격을 지닌 이번 전쟁이 과연 정당한 것이며 올바른 것인지 우리는 곰곰 생각해보는 것도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한 성찰인 듯 싶다. 더욱이 이 전쟁으로 인해 테러 행위로 무죄한 이들이 희생됐듯이 또 다른 무죄한 이들이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은 당장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쟁의 당연한 결과로 폭탄에 의해서든 피난 생활 중에 굶주리든 무죄한 이들의 희생은 당연히 발생할 것이다. 이미 수백만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인근 국경 지역으로 피신해있다. 집을 떠난 이들이 벌판에서 만나는 것은 굶주림과 질병이다. 자신들과 아무런 상관 없는 이들 난민들은 결국 전쟁의 희생자가 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