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다. 그래서 본당 내에서도 가끔씩은 문화행사들을 거행하고 있는데 자선 음악회나 미술, 사진 전시회 등을 통해 문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아져 가고 있다.
우리 교회는 훌륭한 문화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는 문화 위원회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교구 내에 문화위원회는 없지만 뜻있는 사람들은 교구 내의 조직을 통해 체계적인 건전한 문화 선교 운동이 전개되길 바라고 있다.
교회 내에 있는 생명, 가정, 환경, 농촌 운동 뿐 아니라 건전한 문화 선교운동도 교회 안의 하나의 운동으로 이제 시작되어야 할 때이다.
요사이 본당 내에서도 훌륭한 성상 등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세워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교회 내의 보기 좋은 성상들이 만족할 만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 신자들은 매일 성당에 올 때마다 입구에서부터 보는 많은 성상들을 보고 또 보고하면서 예수님과 성모님을 더 닮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성당에 모셔진 성상들이 과분수처럼 보이는 예수님 상도 있고, 성모님의 눈이 짝눈처럼 보이는 상도 있다. 말하자면 교회의 정식 허가가 없는 곳에서 상업적으로 만들어지는 성상들이 신자들의 신앙심을 키우기 보다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조잡한 상들도 눈에 많이 띈다.
아름다움을 보면 볼수록 아름다워진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아름다운 성상을 통해 더욱더 아름다워지고 더욱 깊어질 수 있는 신심을 약화시키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 교회의 책임 있는 기관에서는 신자들의 신심을 키워갈 수 있는 훌륭한 성상들을 보급하고 성물을 제작하는 곳에 대한 적절한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리라 본다.
『우리 교회는 예술가를 필요로 하고 예술가는 교회를 필요로 한다』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예술가들의 대희년에 하신 말씀을 상기해 보더라도 우리 교회의 많은 예술가들이 신자들의 신앙심을 고취시키고 피조물의 아름다운 모상들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를 하도록 도와주고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교회 안에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고 격려하는 모습이 아쉬울 때가 많다.
미술이나 음악, 조각, 사진 등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예술성을 인정받고 신자들이 성당에 올 때마다 그들의 작품들을 보고 또 보고 하면서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고 문화를 통한 삶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예술가들이 문화를 통한 선교의 파수꾼이 되도록 육성되어야 한다.
내가 사목했던 전 본당은 복잡한 도로에 인접되어 있어서 성당 앞을 지나다니는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담 없는 성당 앞을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성당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예수 성심상을 훌륭한 조각가의 도움에 힘입어 세우게 되었다.
작가분이 그 성상을 세우고 난 후 본당을 떠나면서 하신 말씀이 『시집 보낸 딸을 시댁에 맡기고 떠나는 심정이다』는 말을 했다.
그 작가는 자기의 삶의 혼을 불어넣고 자기의 분신이나 다름없이 온갖 심혈을 기울여 정성을 다한 작품이기에 딸을 시집 보낸 후에 부모가 자기 딸이 시댁 식구들에게 사랑 받고 귀염 받으며 살기를 바라는 심정에서 말했으리라 본다.
그 성당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신앙은 없지만 성당 앞에 세워진 예수 성심상을 보면서 『수고하고 짐진 자는 모두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는 말에 위로와 희망을 지니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보행자들이 간접적으로나마 교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자비와 사랑이 가득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느끼게 되리라 믿는다.
이제 우리 교회는 교회의 훌륭한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가꾸는 분위기가 필요하며 신심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성상들을 세우고 교회의 예술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통해 그들의 예술성을 교회 내에서 마음껏 살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아직도 본당 안에 예술가들이 설 땅이 없어 개신교에 가서 주일날에 아름다운 목소리와 악기를 연주하며 봉사하고 있는 신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우리 교회는 훌륭한 예술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풍토가 필요함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더욱 필요하며 교회의 문화선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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