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네 집은 「텔레비전 안 보기」를 이번 주 계획으로 정하였다. 경수네 가족의 여가 생활이 어떻게 바뀔까?』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 91쪽에 나오는 문제다. 이 문제가 왜 실리게 되었는지, 추측해 보았다.
「김민종·이승연 결별」, 「심은하 파혼」, 「한고은을 사랑한 죄밖에 없습니다」…. 이 정보들은 내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수집한 것들이다.
하기야 TV를 켰다 하면, 신문가판대로 눈을 돌렸다 하면, 연예가 정보들이 무차별로 공격해 오니 모르고 배겨날 도리가 없기는 하다.
물론 과거에도 연예가 정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성일·엄앵란의 결혼이라든가 현미·이봉조의 이혼 따위가 세간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지만, 요즘처럼 집요하게 그 바닥까지 사정이 파헤쳐지지는 않았다. 그저 그려러니 하고,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접어두기 마련이었다.
원래 점잖은 사람은 남의 사생활에 관심을 두지 않는 법 아닌가?
사실 나는 「이영자의 추잡한 싸움」이나 「올 가을엔 미녀 가수들 총출동」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고, 이내 한 귀로 흘려버리고 만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어른과 달리 엄청난 피해를 당한다.
아니, 이미 어린이들 사이에서 잘생겼나 못생겼나, 다리가 긴가 짧은가, 머리가 큰가 작은가, 뚱뚱한가 아닌가 등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한다는 말인가?
우선 경수네 집의 탁월한 선택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사람을 판단할 때 연예인을 기준 삼지 말자』는 메시지를 그런 대로 잘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바뀌게 될 그 집의 여가생활에 대해서도 주시하려고 한다. 바로 초등학교 4학년인 내 아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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