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결과를 보고 우리는 특별히 두 가지에 주목한다. 하나는 한국 순교자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의 설치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한 입장 표시이다.
한국교회의 제2 시복시성 운동이 이제 구체적으로 가시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교회는 이미 103명의 성인을 탄생시킴으로써 고난의 박해사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각별한 은총을 받은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103위 성인들 중에는 한국교회 초기 순교자들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피로써 신앙을 증거함으로써 한민족에게 복음을 전해준 신앙 선조들이 시성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갖고 있던 한국교회는 시성식 이후 줄곧 초기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는 이미 각 교구별로 꾸준하게 순교자들의 행적을 조사하고 발자취를 찾아내 시복시성을 위한 기초적인 자료 조사들을 대체로 마무리하고 대상자 목록과 약전 등 필요한 작업들을 상당 부분 진행해둔 상태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아직 명단이 나오지 못한 일부 교구에서의 나머지 작업과 이들 중 교황청에 올릴 목록을 확정하고 한국교회 이름으로 시복시성을 청원하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작업들이 지난한 노력을 요구했듯이 이제부터도 매우 엄중하고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앙 선조들의 시복시성이라는 중차대하고 역사적으로 의미심장한 일을 앞에 두고 우리 신자들은 순교자 현양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시복시성이 교회 지도층이나 관계자들만의 일이 아니며 우리 한국 천주교 신자 모두의 일이라는 투철한 의식으로 시복시성 운동을 통해 참된 순교 신심을 앙양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있는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작금의 세계는 전쟁에 휘말려 있다. 새 천년기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맞는 전쟁은 참된 세계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시사하고 있다. 그것은 폭력은 결국 폭력을 낳을 뿐이라는 역사적이고도 당연한 진리이다. 테러 행위에 대한 대응은 폭력과 무력이 아니라 대화와 화해의 노력이다. 그렇지 못할 때 폭력적 대응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특별히 우리는 아무 죄도 없이 집을 떠나 황량한 사막을 헤매야 하는 수백만 난민들의 존귀한 생명을 우려한다. 테러 당사자에 대한 법적인 응징은 당연히 이뤄져야 할 것이지만 그로 인해 무죄한 민간인들이 이처럼 기아와 질병에 생명의 위협을 당해야 하는 것은 결코 정의로운 일이 아니다. 이에 국제사회는 조속히 전쟁을 중단하고 이들 난민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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