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으로 양분됐던 세계가 종식되면서 혹자는 지구상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 지구촌의 모습은 냉전시기보다 더 많은 무력충돌과 전쟁으로 점철되고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인종과 종교적 갈등에 의해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세계 10여곳에서 종교, 인종적 문제로 전쟁을 치르고 있고 특히 종교적 문제로 인한 갈등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서울 수유1동본당을 중심으로 인근 3개 종교간에 종교연합바자가 펼쳐져 종교 박람회장과도 같다는 한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불상을 비롯한 타종교 성상을 파괴하는 등 우리사회에도 심상치 않은 종교적 갈등을 내재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3개 종교 연합 바자회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불우이웃돕기 차원을 넘어 서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물론 3개종교가 연합으로 펼친 바자회를 통해 5000만원 이라는 놀라운 성금을 모으는 성과를 거두어 치료비가 없어 생명을 다투는 불우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실제적으로 살리는 역할도 했으나 우리는 이 종교간의 만남이 이뤄낸 보이지 않는 결실을 더 높이 사야 할 것이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새 천년기에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중의 하나가 종교간의 분쟁을 꼽고 있고 종교간 전쟁은 항상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가는 양상이 짙기 때문이다. 종교가 생명을 존중하고 이웃과 신에 대한 사랑을 설파하지만 실제는 살육과 무력충돌의 도구로 삼고 있는 비극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수유1동본당과 송암교회, 화계사간에 이뤄진 상호 존중과 사랑의 정신이 더 많은 곳으로 확산돼 나가길 기대한다. 그렇게 됨으로서 타종교에 대한 몰이해와 적대감이 사라지고 종교적 체험을 나누어 참된 종교간 대화와 공존이 가능해 질 수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종교간의 대화가 신앙의 정체성을 변질시키는 혼합주의로 전락될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종교간의 대화와 사랑 나눔은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적극 권장돼야 할 일이다.
교황도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종교의 본질과도 어긋남을 여러차례 강조해 왔듯이 자신의 신념을 폭력으로 관철한다면 그것은 참된 종교의 자세가 아닌 것이다.
수유1동본당이 주도적으로 펼친 종교연합바자회야말로 폭력과 미움, 갈등의 골을 메우는 시도요, 더 나아가 참종교의 가치를 이웃에, 이사회에 전파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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