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가리켜 유전자 의학의 황금시기라고도 말한다. 멘델의 유전법칙이 1950년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떻게 유전적인 질환들이 이어지는가를 이해하는 데에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것이라면 그 이후 과학자들의 DNA분자 구조 해명과 유전자 재 조합 기술, 나아가 최근의 유전자 지도의 완성 등의 업적을 이루어낸 유전자 의학 발전은 유전자를 이용한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았다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제 인류는 인간의 수많은 질병들이 안고 있는 유전적인 차원에 대해서 훨씬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고,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생겨나는 여러 질환에 대해서는 유전자 치료의 방법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의 통계(1992년)에 따르면 유전자의 이상 배열이 출생 후 4세까지의 유아가 사망하는 원인들 중에 두 번째 원인이 되고, 14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 사망 원인들 중에서는 세 번째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급성 질환으로 입원한 18세 미만의 환자들과 정신 박약으로 의료시설에 수용된 환자들 중 25~30%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조건이 그 질환의 원인으로 집계되었다. 이렇게 인간의 유전자 문제가 인간의 병고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도 실상 과거에 비해 매우 큰 발전을 이룬 유전자 의학의 공로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 의학의 관심은 자연스레 그러한 유전적 질병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에 맞추어지고 이에 따라 유전자 진단이라는 진단 방법이 일반화되기 시작한다. 문제는 바로 이 유전자 진단이다. 최근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 분석되면서 유전성 질환에 대한 진단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특수 질환의 발견 가능성까지도 예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매우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유전자 진단이 가져온 결과는 오히려 매우 부정적이다. 유전자 진단의 방법이 태아 진단에 적용됨으로써 나타난 결과는 놀랍게도 낙태의 현저한 증가였고, 결국 이 방법은 태아의 질병치료에 사용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낙태를 유발시키는 방법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유전자 진단은 또한 유전적 질병을 알아보려는 방법으로 사용되면서 특별히 치료 방법이 없는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에게 큰 불안감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몇 년 후에 나타날 유전적 질환에 대해 정신적 불안감을 가지게 되면서 생활이 매우 의기소침해지고, 우울증에 빠지거나 정신 강박증과도 같은 장애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진단의 방법이 어쩌면 인간 차별과도 같은 인권 문제로 발전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유전자 진단이 상업화되면서 유전적 질병은 고용의 기회를 박탈하게 될 것이고, 정당한 보험 가입의 기회까지도 제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리 새삼스런 일은 아닐 것이다.
유전자 의학이 질병 극복과 인류의 보다 나은 건강한 삶을 위해 발전되어야 한다면 그 발전 과정에 있어서 반드시 윤리적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의학적인 노력과 처치가 오히려 인간을 차별화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는 반드시 점검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낙태의 현저한 증가를 가져온 태아에 대한 유전자 진단은 금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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