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어느 한 모임에서 환경대학원에 다닌다는 공무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상수도 수질 정화와 관련된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이었는데, 좀더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여 인근 대학에서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 날의 만남에서 우리는 서로 의아함을 느끼게 된 일이 있었다.
그가 먼저 신부인 필자가 환경에 대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왔다. 이러한 질문 속에 든 자연과학자가 아닌 필자를 무시하는 듯한 그의 무식(?)에 마음이 약간 언짢아지려는 것을 견디며, 자연환경이 이렇게 오염되어 가는 것은 결국 인간의 마음이 오염된 것에서 유래하는 것이므로, 오염된 인간의 마음을 정화하는 것에 필자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물과 공기 그리고 땅과 같은 자연에 가해진 오염은 환경보호와 관련된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정화를 해나가야 할 일이고, 오염된 인간의 마음을 정화하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온 세상을 사랑하려는 신앙의 빛으로 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말을 들은 그는 무슨 새로운 사실을 깨닫기라도 한 듯이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아, 그렇군요.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군요. 그러한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그의 대답에 좀 의아해진 필자는 속으로 「아니, 이것은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인데, 환경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공무원이 이러한 방향으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니, 이렇게도 의식 수준이 낮다는 말인가! 이러한 정도의 사람들이 환경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는 이렇게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만 있는 것이 아닌가. 환경문제를 전체적인 안목에서도 바라보고, 구체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처리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건 완전히 장님이 코끼리 더듬기 정도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속에든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 놓으면 그와의 인간관계가 엉망이 되어 인간환경을 오염시킬뿐더러, 자연환경을 정화하는 일에 공조하는 데에도 결코 도움이 안되겠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그에게 우리들의 마음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이것을 정화하는 데에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는 불교를 비롯한 각 종교의 가르침과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사람은 하느님의 피조물이므로 보호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을 해 나갔다.
필자의 친절하고 겸손한(?) 태도와 섬세한 설명에 그가 서서히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날 저녁 처음 만난 우리는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환경을 지켜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고, 이러한 일에 조금이나마 일조를 할 수 있는 우리의 처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은근히 확인하면서 그와 나는 서로의 인간환경을 좋게 다듬어 갔던 것이다.
저 멀리서 아득하게 들려오는 동네 개 짖는 소리, 밤새 소리, 자신의 존재를 온몸으로 알리는 풀벌레 소리들을 반주 삼아, 짙어 가는 어둠 속에 밝게 빛나는 달과 별을 바라보며 사제관으로 돌아온 후, 내 마음의 환경은 과연 어떠한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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