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맞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때맞춰 국회에서는 의원 과반수가 넘는 154명의 국회의원들이 뜻을 모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해 국회 통과가 기대되고 있다.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국제사면위원회에 의하면 현재 사형제도를 존속시키고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국가는 87개국인 반면 사실상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는 108개국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부분은 그 동안 사형제도가 폐지된 국가들의 선례를 볼 때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사형제도의 폐지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경우일지라도 소수의 선각자들이 나서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사형제도 폐지의 열매를 맺었다는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이다. 프랑스에서 1981년 사형제도가 폐지될 당시 국민 여론은 62%가 사형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흉악한 범죄의 발생을 사형제도를 존속함으로써 다소나마 억제할 수 있다는 편견은 사실 대중적인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70% 이상이 사형제도를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도 국민 여론이 사형제도 폐지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꾸준하게 사형폐지 운동을 벌여온 종교계와 일부 시민단체들의 경우에도 바로 이같은 국민적 정서와 여론이 사형 폐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인식이 많이 변화된 것이 사실이다. 특별히 국내 종교계가 뜻을 모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온 사형제도 폐지운동은 이제 조금씩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했고 정치권에서도 처음에 조그맣게 시작된 노력들이 이제는 구체적인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형제도를 아직 폐지하지 않고 있는 국가들의 상당수가 아시아에 있다는 점에서 오는 11월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아시아 포럼」은 아시아 국가들의 연대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따라서 사형 폐지 운동의 국제적 연대를 공고히 하는 기회이다.
이제는 사형제도가 공공선을 증진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떨쳐버릴 때이다.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제도적 살인일 뿐이다.
그것은 결코 범죄를 예방하거나 흉악범을 교화하는 형벌의 원칙에 부합되지 않을뿐더러 생명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살인 행위이다. 더욱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사형 제도는 하느님의 법과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생명적인 제도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11월 한 달 동안 이어지는 범국민적인 사형 제도 폐지 캠페인에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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