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앞의 가사로 시작하는 「봉우리」라는 노래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 노래를 만든 김민기는 70∼80년대의 저항가수로 알려져 있고 요즘은 「지하철 1호선」이라는 뮤지컬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너무 유명해서 아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으리라.
그런데 가수 치고 김민기처럼 자신의 육성을 내놓지 않는 이도 아마 드물 것이다. 어두운 시절에 작곡한 노래들이 꽤 있기는 하나 주로 남의 이름으로 발표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 김민기가 작사·작곡하고 직접 부르기까지 한 노래가 바로 「봉우리」이다. 노래를 이미 들어본 분들은 아실테지만, 우선 독백으로 시작한 다음 이내 가락을 탔다가 다시 독백으로 돌아가는 노래 형식이 무척 특이하다.
같은 노래를 양희은도 불렀지만 김민기의 굵직한 저음에는 비길 바 못된다. 그런데 이 노래에 특별한 사연이 한 가지 있다고 한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위해 만든 노래, 그러니까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정상에 오르지 못한 이들을 위해 만든 노래라는 뜻이다. 어쩐지 가사 구절 구절마다 심금을 울리는 구석이 있더라니…. 아마 내가 평생 1등 축에 못 드는 대표적인 사람인 까닭에 그랬던 모양이다.
그 특별한 사연까지 접하고 나니 노래가 더욱 깊어진 느낌이다. 그리고 누군가 나처럼 이 노래를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어느 구석엔가 또 있겠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갔던 작은 봉우리 이야기를 해줄까?』 이 노래를 한번 꼭 들어보시기 바란다. 절대로 후회 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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