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가장 힘들었어요』
『사장님 마음대로 해고할 때는 눈앞이 막막해져 왔습니다』
베트남에서 건너온 지 3년 3개월, 부모와 여동생 외에도 자신에게 의지해야 하는 친척이 고향에 적지 않다고 밝히는 르엉(가명·29)씨는 무척이나 앳돼 보였다. 지난해부터 가슴에 조금씩 통증을 느끼다 몇 개월 전 교회의 도움으로 늑막염 수술을 받았다는 그는 지금까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동료들에게 돈을 빌려 근근히 지내고 있다고 한다. 손가락 마디에 난 깊은 상처에 대해 묻자 연마기를 잘못 다룬 자신의 실수 때문이라며 겸연쩍어 한다. 베트남에서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이국 땅을 찾은 그는 언젠가 고향에 돌아가 한국어 통역원으로 일하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일하는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말이 능통한 르엉씨가 경험한 이 땅의 사람들은 대체로 몇 부류로 나뉘어진다. 우선 이유도 없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이들에게 웃음이라도 잘못 보였다간 괜스레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함께 한 시간에 비해 친해지기 힘든 이들이 또 다른 부류다. 이런 이들은 대체로 르엉과 같은 이들을 자신과 다른 존재인 양 취급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에 비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살만 하다고 느낀다는 르엉씨의 경험은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녹초가 된 몸을 추슬러 가며 한국말을 배우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을 빨리 이해해야 꿈을 빨리 이룰 수 있을 것도 같고…』
보통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일해야 70만원 안팎의 돈을 쥘 수 있었다는 그는 그나마 50만원은 꼬박 고향으로 송금하고 나머지로 근근히 생활해왔단다. 한국말을 하나둘 깨치면서 한국을 이해하게 되고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어 기쁘다는 그를 통해 우리 자신을 비춰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국 땅에서 웃음을 잃지 않은 젊은이는 사랑하는 만큼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삶으로서 보여주고 있었다
동네 어느 한 귀퉁이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만난다면 먼저 웃음을 건네 보자. 닫힌 마음으로 홀로는 걷기 힘들었던 거리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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