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성월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오게될 나의 죽음, 이미 유명을 달리한 가족 친지 그리고 가깝게 멀게 지내던 지인들의 죽음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책꽂이에 꽂아놓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 다시금 손이 갔다.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들. 눈길이 새삼 머무르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말할 때는 생애 마지막 이야기인 양 관심을 기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죽게 되리란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자기가 죽는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지,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텐데』
『죽으리란 걸 안다면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둘 수 있네. 그게 더 나아. 그렇게 되면 사는 동안 자기 삶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 수 있거든』
『의미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느라 분주할 때 조차도 반은 자고 있는 것 같다구. 그것은 그들이 엉뚱한 것을 쫓고 있기 때문이지. 자기 인생을 의미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신에게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헌신해야 하네』
「모리와…」는 에미상 수상 경력의 유명 스포츠 방송 칼럼니스트인 미치 엘봄이 죽음을 앞둔 대학 은사 모리 슈워츠 교수와 나눈 14주 동안의 이야기를 옮긴 책이다.
저자가 대학 졸업 후 16년만에 TV에서 발견한 선생님. 그는 전신이 마비되는 루게릭 병에 걸려있었다. 하루 하루 화석이 되어가는 노교수와 디트로이트에서 제일 바쁜 스포츠 기자였던 제자와의 만남. 매주 화요일 오전 유일한 수강생으로 죽음 가족 결혼 용서 등 삶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된 저자는 장례식이 끝난 후 한권의 책을 펴내게 된다.
이야기의 모태가 되는 모리 슈워츠 교수는 94년 루게릭 병을 선고받았다. 병이 진행되는 동안 천형(天刑)에 대한 원망보다는 인생에 대한 성찰을 메모해 나갔다.
이 글들은 보스톤 글로브지에 소개돼 사람들에게 퍼져갔고 95년 ABC TV에 인터뷰가 나가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 미치 엘봄이 스승을 찾아가게 된 계기도 그 방송 때문이었다.
일상의 시간들이 고단하고 희망도 보이지 않는 듯 절망이란 단어가 떠올려질 때 많은 사람들은 『죽고 싶다』는 표현을 쉽게 내뱉곤 하지만 실제 죽음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드물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사람은 죽는다』 그리고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은 인식하면서도 그러나 이때 죽는 대상은 「내」가 아닌 「사람들」이고 그 시기도 막연한 미래의 「언젠가」이다. 그래서 「지금」은 괜찮고 「아직은」 안전하고 문제가 없다는 의식이다.
더구나 급변하는 흐름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과학문명의 발달과 전통적 사고의 붕괴로 죽음에 대한 자세를 정립하는데 어떤 의미나 가치도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생명연장에만 급급할 뿐이라는 것이다.
모리 슈와츠 교수의 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처럼 죽음을 안다는 것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고 삶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는 얘기일 것이다.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왔던 것들이 「값진 것」, 「더할 수 없이 귀한 것」으로 나타나는 신비로움, 미뤄두었던 일들이 「가장 앞세워야 할 것」들로 드러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죽음」을 묵상하면서 갖게되는 이러한 느낌들, 그런 면에서 11월은 우리 자신이 겸허해지고 인간다워지는 「은혜로운」때가 아닐 수 없다.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나, 내일은 너)』의 글귀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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