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신앙을 위해 복된 측면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10월 31일 제3대 안동교구장으로 임명된 권혁주 주교의 일성은 지난 90년 전임 교구장 고 박석희 주교가 교구장 임명 직후 인터뷰에서 밝힌 「가난의 복됨」이라는 소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신임 안동교구장의 임명은 안동교구 실태와 그 전임자의 사목지표를 잘 헤아린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
특히 권주교는 겸손하고 포용력 있는 사목자로서 선후배들의 귀감이 되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안동교구장 임명은 한국교회에 주어진 또 하나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권혁주 주교의 안동교구장 임명과 관련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한국교회 안에서 안동교구가 보여준 모범적 신앙과 예언자적 삶의 자세가 더욱 고양될 것이라는 것이다.
안동교구는 이 땅에 산업화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1969년 산업화의 최대 피해지역인 농촌지역만을 관할지역으로 설립돼 전국 교구 중 가장 가난하고 성장에 있어서도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교구였다.
자신의 이러한 지리적 사회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안동교구는 교구 설정 이후 지금까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에 역점을 두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아직도 교구내 전 본당에 사무장을 두지 않고 있는 안동교구는 자연 직접적인 선교보다는 지역민과 함께 살아가려는 자세를 견지해왔고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복음정신을 심는 섬김과 나눔의 삶에 주력해왔다.
이러한 복음적 삶의 자세는 설립당시 250만이던 인구가 지난해 90만으로 감소하는 엄청난 이농현상 속에서도 2만이던 신자 수가 배이상 증가한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안동교구의 이러한 복음적 삶은 대형화 세속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 안에서 신선한 바람이었고 바람직한 교회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한국교회는 오늘날 다원화 분권화 개인화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 속에 권위적이고 중앙집권적인 교회 구조가 마찰을 빚고 있다. 또한 신앙적으로도 체험이 없는 믿음, 무미건조한 성사, 토착화 되지 못한 교리 등으로 무의미와 공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적 정서와 문화에 맞는 사상과 전례, 사목모델의 정립을 요구받고 있다.
넉넉한 농심의 두레정신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에게 교회가 자신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 온 안동교구의 삶은 한국교회의 살아있는 모델이다.
『가난의 영성을 살 때 하느님을 받아들일 자리가 넓어진다』는 권혁주 주교의 말을 되새기며 안동교구가 새 교구장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보다 예언적 삶을 통해 세상의 빛, 교회의 소금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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