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문제가 생기면 보통 집안의 어른인 할아버님이나 할머님께 여쭈어보곤 한다. 이를 확대해 보면, 『나라에 일이 터졌을 때는 나라의 어른에게 해법을 구해본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누가 나라의 어른인지 따져보지 않겠는가? 나라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속 깊은 양반, 그 분이면 참으로 현명한 해법을 내놓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분 말이다. 무슨 일이 터지면 너나 없이 김수환 추기경에게 쫓아가는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미국의 테러 참사로 종교간 연합 예배를 드리는 광경을 보았다. 그랬더니 미국에는 참으로 어른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전직 대통령들이 눈에 띄었는데, 얼마나 믿음직해 보였는지 모른다.
그에 비하면 우리 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은 나라 어른으로서 체모가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어른들이 몹시 가벼워 보이기까지 한다. 국회의원이 TV에 등장해 인기가수 모창을 하거나, 고명하신 학자 분이 등장해 댄스가수흉내를 내곤 한다. 또한 유명 소설가에게 「한 때 영화배우가 되실 생각은 없었느냐?」는 시시한 질문이 던져진다.
어느덧 우리 나라는 어른 없는 나라, 어른이 어른 같지 않은 나라가 되고 말았다. 미성년자를 사고 파는 어른들, 공개적인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어른들, 제 잇속에 마구잡이로 강물에 공해물질을 내보내는 어른들, 돈 몇 푼에 사람 먹는 음식에 장난을 치는 어른들….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요즘 젊은것들은 어른을 몰라본다!』고 호통칠 수 있겠는가?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럴 때는 어느 어른의 혜안을 빌려볼까. 워낙 어른이 없으니 추기경님에게 또 한번 손을 벌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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