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간 유전학의 기술적 발달은 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분자 생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 질병의 대부분은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곧 유전자의 일부가 훼손되었거나 없어졌거나 혹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인체에 이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문제가 된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돌려놓는다면 인체의 이상은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유전자 연구는 사람의 질병이 가지고 있는 여러 불가사의를 상당 부분 밝혀내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 난치병으로 여겨졌던 수많은 질병들의 원인 규명은 물론 유전적 질환의 치료라는 의료적 차원의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 숨겨진 사회 및 윤리적 문제점은 실로 매우 심각하다. 세상 사람들이 유전자 진단의 목적이 단순히 의료적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그것이 비의료적 목적으로 확대되면서 낙태 증가, 인간 차별 심화 등의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 차원으로 드러난 것처럼, 유전자 개입 및 치료의 방법 역시 인간 질병의 극복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비의료적 목적으로 확대되어 나타날 때의 심각성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만큼 엄청날 것이다.
이 심각한 상황에 대한 우려는 무엇보다도 유전자 조작의 방법이 본연의 목적인 치료나 예방의 차원보다는 인간 능력의 개선이라는 차원으로 변질된다는 점에 있다. 이미 동물 유전자 조작의 방법을 통해서 「맞춤 동물」의 생산이 가능해진 것처럼 인간 역시 유전자 진단의 방법을 통해 특정 배아를 선택한 다음에 이를 착상하는 식의 소위 「맞춤인간」, 「개량인간」도 이미 부분적으로나마 현실화되었으니 가까운 미래에는 유전자 조작에 의한 수퍼 한우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수퍼 베이비의 탄생도 이제는 단순한 공상과학의 얘기만은 아니다.
가톨릭교회가 유전자 치료에 대해 가르치는 내용은 원칙적으로는 무조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3년 세계의학협회 참석자들에게 행하신 담화를 통해 『유전자 개입의 명백한 목적이 염색체 결함 때문에 생겨난 다양한 질병의 치유에 있다면 그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유전자 개입 및 조작이 개인의 번영과 능력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그리스도교 윤리 전통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신 것이다.
가톨릭교회의 윤리는 인간 유전자치료의 방법이 결코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전자 치료는 단순히 질병의 치료 차원에 머물러야지 그것이 유전적 차별과 변형의 방향으로 발전된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그 어디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볼 수 없는 사회로 변질되고 말 것이다.
하루 빨리 유토피아적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혹시라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대한 국가의 정책이나 생명공학계의 연구가 유전자 개입 및 치료, 조작을 통해 완벽한 인간, 완벽한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면 하루 빨리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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