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국토, 공기, 물이 점점 오염되고, 농약과 방부제에 오염되지 않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 일이 점점 더 힘겨워져가며, 이러한 현상에 대한 걱정이 커져가도 나는 여기에 이렇게 살아 있다. 미국에서 테러가 일어나 온 세상이 떠들썩하게 전쟁에 휘몰려가고, 국내 정치가 불안정해도 나는 여기에 이렇게 살아 있다.

환경문제에 대해 진단하고, 걱정하는 말을 하는 것은 이 시간, 여기 이곳에, 이렇게 살아있는 나와 너의 삶을 위하자는 것이지, 그렇지 않아도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넘치는 걱정거리들에 공연히 걱정거리를 더 보태거나, 엄포를 주어 불안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환경을 걱정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소리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이러한 소리들에 식상해 하고, 듣기 싫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나무랄 수도 없는 형편이다.

환경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심각한 현상을 지적하고 염려하는 것 못지 않게, 우리는 오늘 이 순간에 존재하는 기쁨과 삶의 의미를 인식하는 데에도 관심을 두어야 하겠다. 환경문제를 언급하는 말들이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때로는 또 하나의 환경오염원이 될 수도 있는 상태에 이르러 있기에 이러한 생각도 하게 된다.

어떤 사람과 단체는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일을 통해서 권위와 힘을 얻고자 하는 속셈을 가지고 있지나 않은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간혹 있다. 지금까지의 환경운동이 문제의 지적과 그 개선을 위하는 일에 주력해왔고, 이러한 것은 환경을 지키는 일과 시민들을 계몽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필자는 이러한 일도 지속해나가야 할 일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환경이 오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이 지속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이다.

내가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이러저러한 부정적인 현상들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는 긍정적인 요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무역센터와 펜타곤에서 죽어간 수천 명의 목숨이 아까운 것은,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는 나의 목숨이 소중하기 때문이고, 이것을 누군가가 파괴하지만 않는다면 지구환경이 지속해서 살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는 현상에 대해 먼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겠다. 나의 목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결코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다. 많은 요소들이 어우러져서 나의 이 한 목숨이 지금 여기에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공기, 물, 음식물, 땅, 건물, 법, 사회질서, 상호간의 신뢰와 같은 많은 요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음에 대해 감사하고 나를 소중하게 대하는 것, 이것이 환경을 지켜가는 첫 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음에 대해 감사하기 위해서도 내가 먼저 확실하게 살아있어야 하겠다. 우리 한번 점검해보자. 내가 이 순간 이곳에 확실하게 살아있는가를! 복잡하고 산만한 정신으로 허둥대지나 않는가를!

생활을 정비하고 마음을 비워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 욕심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되는 것, 나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삶을 꾸려나가 누구에게 속박되지 않는 것과 같은 것들이 나를 이 순간, 이곳에 확실하게 살아있게 하는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