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성지순례 등으로 외국으로 나갈 기회는 여러 번 있었지만, 미국이라는 땅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밟은 미국 땅, 그곳에서 맨처음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땅이나 동서남북 사방으로 곧바로 뻗은 도로가 아니라 다름 아닌 「교통 질서」였다.
이 「교통 질서」는 그 이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당위성 때문에 또다시 놀라게 됐지만, 이런 당위성에 앞서 스스로 지키는 그들만의 숨어 있는 정신이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LA는 한국과는 달리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가 없다. 아주 드물게 교통량이 많은 곳을 제외하곤 오직 직진 신호밖에 없다. 좌회전을 하려면 첫째 직진 신호를 받은 후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량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고, 둘째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확인한 후 모든 것이 정상일 때만 할 수 있다. 만일의 경우 반대 방향에서 차가 오지 않지만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는데도 좌회전을 할 경우에는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되어 있다.
보행자 신호가 빨간 불이더라도 사람이 건너고 있으면 반드시 멈춰야 한다. 설령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가 너무 많아 그리고 길을 건너는 사람 때문에 좌회전을 하지 못했더라면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또 하나. 신호등이 없는 네거리에는 교차로마다 「STOP」표지판이 있다. 이 「STOP」표지판은 교통 경찰관이 있든 없든 반드시 지켜야 하는 보이지 않는 교통 경찰관인 셈이다.
우리 같으면, 아니 나 같으면 차도 없고 경찰도 없으니까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멈추었다가 좌우를 확인한 후 교차로에 먼저 도착한 차량부터 차례대로 지나갔다.
처음 이런 모습을 보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차가 없을 경우 그냥 지나가면 차량 소통이 더욱 원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네거리에서 잠깐 잠깐 멈춘다면 차가 밀려 더욱 교통이 복잡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적어도 한국에서 운전을 하는 사람이면 모두 이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혀 교통 체증이 없었다. 오히려 간혹 이런 법규를 지키지 않고 냅다 달리는 차량 때문에 혼란이 오곤 했다.
이런 교육은 처음 운전면허 시험 때부터 철두철미하게 검증한다는 것이다. 그냥 대충 멈추거나 멈추지 않고 지나가 버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불합격 처리된다고 한다.
이처럼 처음부터 「똑바로」배우고 실천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 「똑바로」가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더라도 「비스듬히」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절실히 느꼈다.
요즘 한국 교회에서 「똑바로」 운동을 외치고 있다.
「내 탓이오」 운동을 전개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승용차에, 사무실 책상머리에, 현관에, 가게마다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문제는 이 스티커를 내가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고 날마다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데, 남들이 잘 보이게만 하고 있다. 「내 탓이오」를 먼저 외치고 반성해야 하듯이 나부터 먼저 「똑바로」하고 바로 서야 할 것이다.
「똑바로」 운동이 「똑바로」펼쳐지고, 신자들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똑바로 정립되기 위해선 우선 나부터 「똑바로」 서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기본이다.
이런 진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나는 똑바로 서 있는데 남들이 비스듬히 서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교회에서 「나부터 먼저 내 탓이오」를 외치고 「똑바로」살아가고자 하는 똑바른 정신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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