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종교, 시민단체와 운동가들이 서울에 모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사형 집행을 즉각 중지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나라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1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아시아 포럼-서울」은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사형폐지 운동에 하나의 큰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3년 일본 동경에서 열렸던 제1회 포럼에 이어 8년만에 열린 이번 포럼은 이전의 행사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 차원을 달리한다고 할 수 있다.
처음으로 아시아 포럼이 열리던 당시만 해도 사형제도는 범죄 억제에 절대적인 수단으로 인식됐었고 죄를 지은 사람은 당연히 그에 합당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했으며 사형제도는 응보의 논리에 따라 유일하고 정당한 조치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포럼은 이러한 보복과 응징의 논리가 잘못된 것일 수 있으며 사형제도는 법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제도적 살인이라는 인식이 상당한 정도로 확산돼있고 따라서 이제 사형제도의 폐지를 논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된 상태에서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최근 사형폐지가 사회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실시된 여러 설문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대체로 사형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70%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지난 99년 12월 국정홍보처가 전국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67.5%가 사형제도의 폐지를 반대했고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는 불과 34%였다. 하지만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94년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나타난 20%에서 훨씬 높아진 수치이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같은 수치가 더 높아지고 있으며 일부 조사의 경우에는 오히려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인터넷 업체인 '다음'이 네티즌 1만7768명을 대상으로 11월초 실시한 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51%가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49%만이 사형제도를 존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물론 가톨릭신자들을 포함한 종교인들의 경우에는 폐지 의견이 압도적이다. 가톨릭신문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64%가 폐지 의견이고 찬성은 불과 21%에 그쳤다.
사형제도 폐지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국민들의 여론이다. 이 점에서 우리 사회는 이제 사형제도가 폐지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여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으며 국민 여론이 더 이상 사형제도 존치의 변명이 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 사형집행을 중지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형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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