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본당에 가보면 뒤쪽에 유리벽으로 막힌 방이 있다. 미사 때 엄마와 아기가 들어가는 곳이다.
이 방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엄마들이 아기를 자유롭게 돌볼 수 있는 곳으로, 말하자면 아기가 기어다니게도 하고 젖을 물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음 장점은 아기들이 더 이상 미사를 방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사실 그간에 아기들이 징징거리거나 느닷없이 울어대면, 어른들의 미사 집중력에 얼마나 방해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아기들은 너무 어려 아직 폐쇄된 공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무리 큰 잘못이 있어도 아이들은 감옥에 가두지 않는 법이란다.
사실 어른들이야 십 수년간 학교에 다니고 직장생활을 했으니 막힌 공간에 익숙하다.
하지만 아기들은 폐쇄된 공간에서 불안감을 느낀다. 마치 커피잔에 고래를 가두었다고나 할까. 유리방에서 아기들이 유난히 칭얼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2000년 전 갈릴리 호숫가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에 관해 부지런히 가르치고 계셨다. 하지만 엄마 손에 따라온 아이들에게는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그러다가 어느 아이가 일어나 나비를 쫓기 시작한다. 그 아이를 따라 몇몇이 더 일어나더니, 이제는 자기들끼리 서로 잡으려고 소란스럽게 뛰어다닌다. 이때 장내 질서를 책임지겠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어른 제자들이 나서서 아이들을 「유리방」에 가두려 한다.
그러자 예수님은 황급히 손을 젓는다. 『어린이들이 내게 오도록 그대로 두시오. 그들을 가로막지 마시오. 하느님 나라는 바로 이들의 것입니다』(마르 10, 14).
얼마나 대범하신 분인가! 유리 감옥에 아기들을 가두어 놓은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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