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읽는 이와 함께 성장한다』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이 증언은 「성서말씀은 그것을 읽는 독자와 공동체를 자라게 하는 역동성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력으로 한해를 마감하는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부터 한 주간은 한국교회가 설정한 성서주간이다. 『누구나 하루 세끼 밥을 먹어 육신의 목숨을 기르듯이, 우리 모두 먹고 살라고 내어주시는 성서말씀을 날마다 정성된 마음으로 읽고 묵상하면서 삽시다』라고 권고하는 올해 성서주간 담화문의 내용이 새삼 마음에 와 닿는 2001년 끝자락이다.
무엇보다 「성서말씀을 듣고 삶에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성서주간의 설정의미를 가장 잘 살리는 길일 것이다. 성서는 성령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책이기에, 그 본문을 읽는 이에게 성령의 영감을 불어넣는다. 그런데 성령의 소리는 호렙 산에서 엘리야를 찾아온 주님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1열왕 19, 12)와 같아서 주의를 기울여 마음의 귀로 들어야 들린다.
소란스런 분위기에서 또는 의무감에서 쫓기듯 성서를 읽거나 듣게 되면 성령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는 성서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하느님의 말씀을 정성껏 받아들여 새기고 보존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한다.
그 다음 묵상은 밝혀진 본문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기는 시간이다. 묵상은 성서 본문을 분석하거나 그 말씀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시간이 아니다. 성서의 독자는 말씀을 분석하려 하지 말고 말씀이 나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또한 말씀의 의미를 한 가지로 제한하지 말고 그 안에 담겨 있는 복합적인 의미를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말씀 안에서 하느님과 예수님의 마음을 읽고 자기 마음을 그분들의 마음과 일치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기도는 성서 안에서 성령의 날숨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말씀과 마음에 응답하는 것이다. 이 응답은 당연히 감사와 찬미를 수반한다. 기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물고자 하는 원의이다.
성서 안에는 인류의 오랜 체험이 농축되어 있다. 또 성서의 언어와 표현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직접적이고 대중적이다. 따라서 성령의 날숨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말씀을 자신의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말씀은 언제나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지를 담고 있어서 나의 삶과 공동체의 현재 상황을 개선하도록 해 준다.
이제 성서를 열어보자. 하루 한구절이라도 좋다. 날마다 성서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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