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최근 확정 발표한 이른바 「의사윤리지침」을 즉시 철회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번 윤리지침은 현행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리지침의 제정 배경이 지침에 담겨 있는 내용의 많은 부분이 현재 의료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실정법에 위배되는 내용을 지침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다는 것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걸쳐 혼란과 부작용을 야기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만약 의협의 주장과 지침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 법 조항을 개정, 또는 제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사회 전체의 폭넓은 의견을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지침에 대해 우리가 크게 실망한 것은 생명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의사들이 이처럼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내용들을 내부 지침으로나마 작성, 발표했다는 점이다.
의사라는 직분, 그 소명이 갖고 있는 본성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며 꺼져 가는 생명을 소생시키는 것이 바로 의사에게 부여된 천부적인 사명이다. 하지만 이번 윤리지침에서 우리는 이 같은 의사로서의 소명에 대한 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낙태 문제만 해도 그러하다. 우리 나라가 매년 150만명에서 20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생명이 낙태로 희생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처럼 낙태 시술이 만연해있다는 점을 오히려 낙태를 허용하는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의사로서의 직분과 소명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인공 수정과 대리모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불임 부부들이 자녀를 갖지 못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물론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몸을 도구로 삼으면서까지 혈통을 잇고자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용납되어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침은 금전적 거래가 없다면 이 역시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지침이 확정되기까지 보여준 의협의 태도 또한 우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의협은 확정 발표까지 충분한 의견 수렴과 그 내용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고민과 논의의 여지를 남겨두었어야 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의협은 지금까지 보여준 독단적인 자세를 버리고 엄청난 윤리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는 지침을 즉시 철회해야 마땅하다.
적어도 제기된 문제점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수용하려는 최소한의 자세가 요구된다. 그렇지 않을 때 의협은 종교계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지탄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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