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가톨릭교회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 있다. 이는 단지 전통적인 교회의 입장일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적인 요청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매우 현실적인 소명이기도 하다.
최근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가 개최한 「가정사목의 반성과 전망」은 이미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점들이 논의됐으면서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정이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의미심장한 자리였다.
오늘날 우리 가정이 처해 있는 현실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가정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혼의 증가이다. 새로 결혼한 부부들 가운데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도 서구가 겪어온 가정의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지난 1970년만 해도 한 해에 1만1000건에 불과하던 이혼이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329건꼴인 12만건으로 늘었다.
혼인율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한편 자녀 출산은 지난 1998년기준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가들보다도 오히려 낮게 나타나고 있다.
가족 구성 역시 핵가족화를 지나 미혼 독신자들의 단독 가구가 급증하고 혼인을 하지 않고 사아가는 젊은이와 단독으로 살면서 아이를 입양하고 이혼 후 재결합을 하지 않는 편부모 가정, 동성애 결합 등 전통적인 가족 제도가 붕괴되는 조짐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참된 복음화에 있어서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이미 전통적으로 강조해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 권고 '가정 공동체'를 통해 현대 사회와 교회가 가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 이미 20년 전이다.
한국 교회 역시 혼인과 가정의 소중한 가치를 끊임없이 재확인하면서 가정사목에 애써왔다. 이 같은 당위성은 현대 가정이 처한 위기의 현실 속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마땅하며 이제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가정사목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세미나에서 여러 차례 지적된 바와 같이 가정 사목은 이제 일개 사목의 한 분야가 아니라 교회의 모든 사목활동의 방향을 일러주는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구와 본당 사목 프로그램을 수립할 때 최우선적으로 가정의 가치를 지키고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정사목위원회는 이런 방안들을 일선 사목현장에 제시할 수 있도록 보다 전문적인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전문 연구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현대사회와 문화가 조장하는 가정 해체의 유혹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생명과 인간 존엄성의 보루인 가정을 지키는 것은 현대 교회의 가장 중차대한 과제이자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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