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는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명동 가톨릭회관 1층에 교구청 직속 평화화랑을 개관하였다. 문화의 세기라고 말하는 21세기를 맞이하면서 평화화랑을 개관한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었다. 화랑의 이름을 「평화」라고 한 것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어 더욱 아름답게 살았으면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교구가 화랑을 만든 것은 단순히 미술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의미만 가진 것이 아니다. 앞으로 교회가 문화를 통한 복음화에 앞장서겠다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
개관 기념초대전으로는 서울 가톨릭미술가회 회원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개관식날 참석했던 많은 미술가들과 교우들은 교구의 화랑을 갖게 된 것을 크게 기뻐하면서 이것을 마련해 준 교구와 교구장님을 비롯한 주교님들의 배려에 깊이 감사하였다.
그동안 교회는 물질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사목을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이제 교회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평화화랑은 개관 이후 지금까지 50여 차례의 초대전과 기획전, 대관전을 열었다.
이곳에는 전국의 가톨릭 신자 작가 뿐 아니라 타종교의 작가들도 전시를 하였으며,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등 외국의 작가들도 전시를 하였다.
교구의 지속적인 도움과 가톨릭 미술가회 회원들의 좋은 전시회를 통하여 평화화랑은 개관한 지 불과 2년 만에 교회 내외에 널리 알려졌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작품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작품에 대해서 직접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필요한 경우에는 작품과 관련된 특강을 마련하여 관람자들로 하여금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동안 평화화랑에서는 유리화에 대한 특강과 동방교회에서 발달한 이콘에 대한 특강 등이 마련되어 많은 사람들이 배우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이처럼 평화화랑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을 찾아준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화화랑은 가톨릭 회관 안에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교육과 신심단체 활동을 위해서 회관을 찾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방문할 수 있고 때로는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곳을 즐겨 찾는 사람도 많지만 초등학교 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요즈음에도 화랑에는 하루에 100여 명의 교우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연 4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문화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평화화랑에 대한 교회 여러 기관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서울주보에서는 평화화랑의 전시안내란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으며, 가톨릭신문이나 평화신문에서는 이곳에서 전시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소상히 소개해 주고 있다.
교구의 전산실에서는 평화화랑을 직접 찾을 수 없는 국내외의 사람들을 위해서 「인터넷 평화화랑」(gallery.catholic.or.kr)을 개설하였다. 이곳에서는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전시되었던 1500여점의 모든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인터넷 평화미술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제 네티즌들은 인터넷 평화화랑을 통해서 교회미술 뿐만 아니라 일반 미술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교구에서는 2001년 1월에 평화화랑의 제2전시실을 마련해 주었다. 그곳에서 서화전이나 사진전, 상설전 등을 열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평화화랑에서는 「신자들을 위한 교회미술 이야기」라는 강좌를 10회에 걸쳐서 마련하였다.
강좌의 주제는 카타콤 미술부터 현대의 교회미술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제1기 강좌에 신청한 수강생은 20대부터 70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50명에 이른다.
이 강좌는 학기별로 계속될 것이며 앞으로는 사람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판화나 조각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평화화랑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교회미술을 소중히 여기는 의식의 변화와 교구와 교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더욱 확산된다면 우리는 교회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며, 교육할 수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머지 않아 이 땅에 교회미술이나 교회문화가 활짝 꽃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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