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자 가톨릭신문은 11월 15일 대한 의사 협회가 발표한 「의사 윤리지침」에 대한 기사를 4가지로 보도하고 있다. 제1면의 제1단에 「안락사 낙태 대리모 허용 의사윤리지침은 반생명적 패륜지침」이라는 기사와, 기자노트에 「선의의 의사들에게 바란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칼럼, 「생명존엄 망각한 의사협 윤리지침」이라는 제하의 특별기획 그리고 「의협윤리지침 철회하라」는 제하의 사설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사설에는 낙태, 인공수정, 대리모에 대한 언급만 있으나, 세 기사에는 일관되게 의사윤리지침에 안락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런 언급은 의사윤리지침 중 제 30조의 회복불능 환자의 진료중단에 대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내용이 견해에 따라서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또 가톨릭 신문의 독자층이 윤리적으로 건전하고 사회에 영향력이 큰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의사윤리 지침의 내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아울러 향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안락사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전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로 생각된다.
제 30조 「회복 불능환자의 진료중단」 조항은,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말기환자에 대한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의 계속으로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유지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무익한 치료를 강행함으로써 환자나 가족이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할 시간을 빼앗고 그 결과 삶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과정을 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를 막고자하는 생각의 표현으로 보인다.
다만 기사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회복불능에 대한 판단이 전적으로 의사에게 달려 있으며 판정의 자의성과 오판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보이고 또 30조 3항에서는 환자나 가족이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의사들이 결정하면 강행하겠다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는 것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성직자와 윤리학자등을 포함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결정하는 방법등을 마련해야 하겠다.
그러면 무엇이 안락사인가? 임종결정의 행위에 대한 명칭과 내용은 실로 다양해서 많은 혼란이 있어 왔는데 임종결정에 대한 의료행위를 네 종류로 구분하는 것이 요즈음의 경향이다.
그것은 불필요한 치료의 중단, 치료철회, 간접적 안락사, 직접적 안락사 등이다. 예전에는 앞의 두 가지를 '소극적 안락사'라는 용어로 표현하였으나 이 행위들은 여러 윤리기준들 (영국 상원의 의학윤리위원회의 보고서, 1994년 발표 등)에 의해서 안락사와는 확연히 구분되어 최근에는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미명하에 자살의 도구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환자 자신이 자살을 시술하는 「간접적 안락사」와 의사가 직접 죽음의 원인을 환자에게 시술하는 「직접적 안락사」만을 안락사로 간주하고 있다.
견해의 차이는 있으나 불필요한 치료의 중단이나 치료철회를 소극적 안락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표현한다면, 이 행위들이 이미 의료계에서 윤리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선의의 목적으로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의 반대가 자칫 안락사 찬성론자들에게 안락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빌미를 주게될 가능성이 있겠다.
또 안락사에 반대되는 개념인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는 인간의 수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거나 인위적으로 단축하려는 의도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다.
대만에서도 2000년에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을 통과시켜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에 대한 법적 보장을 하고 있다. 또 뇌사환자의 장기이식을 위한 치료철회의 경우도 이미 의료계 내에서 행해지고, 그를 통하여 많은 환자들이 새 생명을 얻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치료중단이나 치료철회가 환자를 이롭게 하고, 항상 환자가 원하는 것을 하며, 환자에게 가해지는 위해를 최소화하거나 없애고,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서를 받아서 시행하는 경우에까지 「소극적 안락사」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진짜 문제가 되고 반대해야 하는 안락사와 구분을 어렵게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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