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은 교회가 제정한 인권주일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천부적 권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온전히 인정돼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은 인간 역사와 구세사 안에서 끊임없이 확인되고 있다. 교회는 인권주일을 맞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재차 다짐하고 있다.
오늘날 인권에 대한 인식은 과거 다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고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조직과 기구들이 마련돼 있다. 아울러 민주화의 진전이 이뤄짐에 따라 적어도 과거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처럼 공권력에 의해 개인의 인권이 짓밟히는 야만적인 사례는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모든 개인들은 국가 권위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엄연한 인권 침해임을 분명하게 깨닫고 있으며 이러한 권리가 보장받지 못했을 경우 이를 개선하고 구제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 이러한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인권 침해 사례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뿌리깊은 인권 침해의 사례들을 목격하고 있다.
교회가 인권을 논할 때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경심에 바탕을 둔다. 이는 창조주 하느님이 인간을 자신의 모습대로 만들었다는 깨달음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같은 인간 존엄성의 핵심은 인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며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코 인간이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사회 현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인간 존엄성과 인간이 지닌 천부적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들이 너무나 비일비재하다. 교회가 오래 전부터 소리 높여 외쳐왔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노력도 이런 측면에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미 뿌리깊은 사회 문제로 지적되어온 낙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매년 150만명에서 200만명에 달하는 태아가 살해되고 있는 야만적인 현실 앞에서는 인권을 논할 수 없다.
하나의 생명체인 수정란, 배아를 임의로 생산하고 파괴하는 일은 그것이 아무리 질병 치료라는 숭고한 목적을 가졌다 할지라도 결국은 생명체를 인간이 자의대로 제거하는 살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개인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빈곤과 굶주림으로 고통받아야 하는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지 않는 것도 우리 그리스도인으로서는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하겠다. 장애인들의 권익을 정당하게 보장해주지 못할 때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가하는 인권 침해이다.
인권 수호는 교회의 가장 기본적인 소명 중 하나이다. 시대적인 상황과 역사적인 소명을 분명하게 깨달아가며 우리 이웃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의 존엄한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교회는 인권 수호를 위한 노력을 더욱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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