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선 말할 것도 없고 관공서와 도서관 등에서 늘 편하게 접할 수 있었던 비닐표지에 붉은 색으로 면을 입힌 성서. 가난한 자, 부유한 자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구입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체험할 수 있었던 성서.
하지만 언제부턴가 성서는 가난한 신자들이 감히 접할 수 없을 만큼 고급화됐고 가격도 그만큼 비싸졌습니다. 성서의 외장은 검은색 가죽으로 꾸미고 지퍼까지 달아놓은 데다가, 예수님의 보혈을 상징하던 붉은 색은 금빛으로 바뀌었습니다.
누구나 더 좋은 것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은 똑같겠지만, 성서가 고급화되면 될수록 가난한 신자들은 성서를 구입하기도 힘들 뿐더러, 구입하면서도 자신의 빈곤함을 느낍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담은 성서는 누구나 손쉽게 접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서를 꼭 고급상품처럼 포장함으로써, 가난한 신자들이 구입하지 못할 정도로 만든다면 그것이 과연 성역 없는 하느님의 말씀을 담은 성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의 금액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구할 수 있게끔 모든 이들을 배려하는 것이 성서의 이념과도 일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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