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북한 동포들에게 성탄의 의미와 화해와 일치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세워지는 성탄수가 올해도 어김없이 서부 전선 최전방 애기봉에서 찬란하게 빛을 밝혔다. 특별히 올해는 남북 관계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던지라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성탄수 점등 행사는 남다른 감회를 갖게 한다.
이날 행사에서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분단된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기원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성탄수의 불빛과 함께 북녘땅에도 전해질 것을 간절히 염원했다.
성탄수 점등 행사는 분단의 역사적인 비극에 처한 우리 민족이 평화 통일의 염원을 기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통 있는 애기봉 성탄수 점등식은 지난 1954년부터 시작돼다. 처음에는 소나무를 베어다 성탄수로 사용하다가 이후 30여m의 철골 구조물에 성탄수를 장식해 매년 1.3km 가량 떨어진 북녘 땅에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성탄수를 통해 기원하는 우리 민족의 염원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을 다시금 하느님과 일치시키기 위해 이 땅에 오셨듯이 갈라진 민족을 하나로 일치하도록 하자는 바로 그것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성탄의 의미는 바로 민족의 일치를 향한 우리들의 염원과 똑같은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6·15공동선언 등 획기적으로 전환된 남북 관계는 한때 급속도로 평화 통일과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듯했지만 이내 그 성과를 의심할 정도로 식어갔고 냉각된 남북 관계는 이제 북한 땅을 밟은 일부 인사들이 사법 처리되는 사례가 생겨날 정도로 악화됐었다. 여기에 잇따른 국제적인 테러와 보복전쟁 등 국제 정세의 불안과 악화로 남북 관계는 점점 더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몇 년 전 자연재해로 인해 기아의 위기에 직면한 북한 동포들을 오직 형제애로 아무 조건 없는 나눔을 실천했던 우리 국민들 역시 북한 돕기에 쏟는 정성이 식어가고 있다. 북한의 상황은 그리 나아진 것도 없지만 이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 사회의 원조액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에 세워진 성탄수는 내년 1월 2일까지 검은 어둠을 뚫고 불과 1km가 조금 넘는 북녘에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불을 밝힌다.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길은 반드시 걸어가야 할 외길이다. 오직 그 길만이 우리 민족이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길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길을 걸어가야만 했듯이 평화 통일과 민족 화해의 길은 우리 민족이 걸어가야 할 구원의 십자가길이다. 예수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 민족의 성탄이 될 통일의 그날을 모두 함께 기원하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