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기, 새로운 세기의 첫 성탄절을 맞았다. 전 인류를 경악하게 했던 9·11 테러의 충격과 아픔 속에서도, 올해도 어김없이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것이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으로 태어나심을 경축하는 날, 「성탄」은 모든 생일 중에 가장 의미있는 생일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인간의 존재 가치가 달라졌기에 인간인 우리가 새로 태어난 것과 같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는 그리스도와 같이 죽어서 그분과 하나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와 같이 다시 살아나서 또한 그분과 하나가 될 것』(로마 6, 5)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앙자 「나의 성탄절」은 어떠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우리는 성탄의 의미, 「마구간의 영성」을 실천해야 한다. 『평화의 임금님이신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바로 낮춤의 신비, 곧 「비움」(Kenosis)의 신비』라고 강조한 어느 교구장의 지적과 같이 『이 신비를 경축하는 우리도 세상의 헛된 욕망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비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우리들의 지금 신앙생활에 몇점을 주실까? 에어컨이나 스팀이 나오지 않는 성당이라면 과연 몇이나 성당에 나올까 궁금해진다. 차가운 이 계절에 구식 난로에 신발벗고 마루바닥에서 미사드리던 때가 불과 30∼40년 전이건만 지금 우리네 성당은 어떤가.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조금의 고통과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성당을 안방처럼 바꿔놓겠다는 생각 자체가 바뀌어야 될 것」이라는 어느 신부님의 말씀이 귀에 와 닿는 성탄절이다. 신앙과 생활이 판이하게 다른 이율배반적인 삶을 사는 것이 현재 우리들의 신앙생활이 아니던가 반성해보자.
사실 오늘 탄생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고통없이 영광없고 죽음없이 부활없다」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다. 다시 성탄을 맞으며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죄인처럼 가장 비천한 자로, 가난한 자로 우리와 함께 사시기 위해 오셨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세상의 평화를 위해 생명의 원천이신 천주 성령의 도움을 구하며 세상의 최소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생명의 문화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감한다. 더불어 『가정을 지키는 모범적 삶이 가장 훌륭한 선교방법』이라는 말씀에도 적극 찬동한다.
우리 사회의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국평협의 「똑바로 운동」이야말로 올해 성탄절을 뜻있게 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진다. 먼저 자기자신부터 똑바로 살고자하는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세상이라는 「구유」에 빛으로 또 소금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는 성탄절이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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