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요소들 중 하나가 조급함과 서두름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바삐 움직이게 한다. 도처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경쟁을 일삼도록 하여 부산히 움직이고 일하게 한다. 그래서 요즈음은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동무들과 뛰놀면서 여유 있게 지내야 하는 어린이들도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집으로 오자마자 다시 무엇인가를 배우러 학원이나 도장으로 바삐 나가야만 한다. 집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로부터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키워가야 할 아이들이 일찍부터 조급한 사회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것은 대부분의 노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러저러한 많은 종류의 모임들로 모두들 바쁘다고 한다. 집안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나을는지 알 수 없지만, 여유를 가지는 것보다 낫다고 할 수도 없다.
인류는 풍요한 사회를 만들어 편안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기술문명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기술문명이 발전할수록 마음은 더욱 조급하며 각박해지고 있다. 편리한 기술문명을 익히고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삶의 편리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데, 그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는 물질적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도 자동차를 타고 부산히 움직이며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넘쳐나는 정보와 홍보를 소화하기 위해서도 언제나 바쁘다. 필자와 같이 대학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도 언제나 시간 부족에 시달린다. 늘 책을 보는 데도 책에게 진다. 볼 수 있는 책보다 출판되어 나오는 책의 수가 훨씬 더 많고, 읽고 처리해야하는 업무와 과제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의 뉴스와 신문을 안볼 수도 없고, 꼬박꼬박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할애된다. 게다가 정기구독을 하는 십여 종류의 학술지와 문화잡지들을 자세히 보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떤 경우에는 포장지를 채 뜯기도 전에 다음 호가 배달되어 온다.
수많은 모임들과 회의들 그리고 개인적인 약속들도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바쁘고 조급하게 한다. 이렇게 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끊임없이 조급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 속으로 빠져든다. 조급하게 서두를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흐르고, 일은 더욱더 복잡해져만 간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여기서 벗어나기는 대단히 어렵다. 본래 우리가 살아가도록 주어진 삶은 이러한 것이 분명 아닐텐데,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바쁨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참으로 없는 것인가.
그 길은 바로 삶을 단순화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일과 모임을 줄이고, 소비하는 물건을 줄여서 단순하고 소박한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 여유와 풍요함을 가질 수 있는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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