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직장인들이 앞다퉈 연말정산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 연말정산은 한해 동안 낸 세금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것이기에 이러한 노력은 너무도 당연하다. 특히 올해도 극심한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많기에,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직장인들의 노력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연말정산의 특별공제 항목에는 '기부금'이란 것이 있다. 이웃돕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부금엔 성당을 비롯한 종교단체에 낸 돈도 포함된다. 그래서, 우리 가톨릭 신자들도 연말이 되면 교적이 있는 성당을 찾아 한해 동안 낸 기부금의 영수증을 받아가고 있다.
그런데, 성당에 낸 기부금을 확인하면서 신자답지 못한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다. 즉, 자신이 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낸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것이다. 기부금은 다달이 일정 금액을 낸 교무금과 성당 건립기금, 각종 후원회비를 포함해 서류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포함된다. 따라서, 주일 봉헌금 같이 확인할 수 없는 것은 기부금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일부에선, 실제보다 돈을 많이 낸 것처럼 영수증을 꾸며달라고 부탁하거나 이를 허락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낸 것보다 더 많은 돈을 확인 받는 것은, 교회 안에서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로 나랏돈을 받아내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조세 정의가 바로 서지 않았고, 많은 국민들이 이같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교회와 신자만큼은 제 양심을 지켜야 할 것이다. 한해 동안 교회에 낸 돈의 영수증을 정당하게 요구하고, 교회는 관련 증거에 따라 영수증을 끊어주는 올곧은 관행이 필요하다.
또 기부금 뿐 아니라 병원 진료비를 비롯한 다른 항목에 대해서도 양심껏 처리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부정이 많고 나의 부정이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스스로 양심에 거스르는 일로 이익을 얻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엔 가난한 이들이 참으로 많다. 그리고 사회복지법인 등의 공식적인 기관이나 단체 뿐 아니라,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이지 않게 돕는 이들이 많다. 양심에 어긋나게 갖가지 서류를 꾸며가며 몇 푼의 돈을 더 받기보단, 주위에 있는 이웃부터 돌아보고 아무런 보답 없이도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랑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