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나목이 있어 좋고,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 눈이 내려 더 좋다.
눈 오는 날이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하늘나라 어느 구석에서 선녀님들이 눈을 자꾸 자꾸 뿌려 주는걸까?」 궁금함에 못이겨 뚫어지도록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난 12월 초 어느 날 오후의 일이다.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이 어느덧 펑~ 펑~. 첫눈이 온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듯 멋과 분위기로 똘똘 뭉친(?) 난 강의를 잠시 중단하였다. 『첫 눈이 오는데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 한 통씩!』
학생들은 『와아!』하는 함성과 함께 그들의 사랑과 기쁨을 나누었다. 그 사이 눈 내리는 고요함 가운데 내 온 마음엔 평화가 가득하였다.
새해 첫 날,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왜 겨울에 눈이 올까? 하는 그 궁금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봄 여름 가을이 가면서 꽃도 지고, 잎파리도 다 떨어졌기에 삭막함을 희석하려고 눈을 겨울의 선물로 주는 건 아닐까? 눈꽃을 만들어 주면서 말이다.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모든 이의 마음이 하얗게 변하는 시간을 주려고 말이다. 그러면 욕심은 어디론가 달아나고 미운 감정도 사라지지 않는가. 오직 사랑과 평화만이 머물게 된다.
평화는 정의와 사랑의 작품이라고 하신 「세계 평화의 날」의 교황님 메시지가 떠오른다.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선포한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도 그 메시지가 전해져야 하는데….
그가 머무는 워싱턴에 더 많은 눈이 내렸음 좋겠다. 평화를 재촉하는 하얀 눈으로 말미암아 Pax Americana를 꿈꾸는 욕심과 이슬람에 대한 증오가 사라지도록….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듯 보다 더 큰 사랑으로 용서하며 함께 평화의 길로 가자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로 기도의 화살을 쏜다. 『하늘에서 흰눈이 내리네. 온 세상은 하얗게 덮이고, 우리네 마음은 평화 가득 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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