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폐지를 둘러싸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는 별로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왜?』, 『어떻게?』라고 물으면 문제가 간단하지는 않다.

1. 인간 존엄성과 사형제도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무죄한 사람이 비참하게, 사형을 받을 만한 죄악을 범하지 않은 사람이 억울하게 사형되면 안될 것이다. 사형될 수 있는 「흉악범」도 개과천선(改過遷善)한다면 사형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사형제도가 없는 나라에서도 사람이 무죄하게 또는 억울하게 개인이나 집단이나 권력에 의해 살해되면 안될 것이다. 「흉악범」도 살해되면 안될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인간 존엄성」에 기초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사형」되거나 「살해」되는 이유는, 어떤 권력이나 개인이 사형제도에 따라 그들을 사형하든지 또는 그런 제도는 없어도 「보복이나 이해 관계」로 인해 살해하기 때문이 아닌가? 사형제도가 없어도 다른 방법으로 「살해하는」사람들과 「살해되는」사람들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렇다면 '사형수'의 인간 존엄성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인간 존엄성'을 논해야 할 것이다.

2. 사형제도 폐지와 인간 변화

사실은 사형제도가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무죄한 사람, 억울한 사람, 흉악범이 사형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사형된다면, 그들을 사형에 처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사형제도 자체가 사람을 사형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사형에 처하고 집행하는 것은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을 사형에 처하는 그 사람들 자신은 「변하지 않고 사형제도만 폐지한다」고 해서 무죄한 사람이나 억울한 사람이나 흉악범이 그러한 『사회에서 보복이나 이해 관계로 인해 살해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보장이 있는가? 「사형제도」만 폐지한다고 해서 「사형제도」와는 다른 방법으로 무죄한 자를, 억울한 자를, 흉악범을 「살해하는 사람」이나 무죄하게, 억울하게, 흉악하게 「살해되는 사람」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사형제도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희생자」의 수는 다를 것이다. 따라서 「인간 자신도 자기와 동등한 인간을 사형에 처하거나 살해하지 않을 정도로 변화되어야」 사형제도 폐지의 주장도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3. 인권과 국가 능력

인간의 「존엄성」의 강조, 사형도 하나의 「살인」이라는 외침, 사형제도의 유지가 사회 『범죄를 억제할 수 없다』는 주장, 사형제도가 없으면 『무죄한 사람이 희생되지 않는다』는 말, 『사형수들이 개과천선할 수 있다』는 확신 등 어느 것만으로도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형선고를 다른 벌로 감형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러 번 요청했다. 무엇 때문에 그런가? 『유죄인에게는 개과천선할』 그리고 『무죄한 사람에게는 희망을 걸』 수 있는 시간과 용기를 줄 수 있고, 『시민 사회의 공동선』을 『수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할 때가 되었다』(2001.21~23 「Mgr Richard Gallagher 선언문」 DC 2259, 1029).

따라서 사형의 범위나 성격은 『사회 보호(수호)가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절대적 필연성의 경우가 아니라면, 유죄인을 제거하는 극단적 조치에는 이르면 안 된다』 『이제 그러한 경우들은 아주 드물며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1995·3·25, 「생명의 복음」 56)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형제도 폐지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인 동시에 사회 제도적 변화이다. 『많은 죄악을 범하는 사람의 경우에』『현대 사회는 범인이 개과천선할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제거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방어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1999.1.26, 「Trans World Dome」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강론, DC 2198, 183).

UN에서도 그것이 반영되었다.『오늘날 국가들은 범인이 개과천선할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제거하지 않고도 악을 행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1999.11.2 「Mgr Renato Martino 유엔 연설」 DC 2216, 1086).

따라서 사형제도를 폐지해도 괜찮을 정도로 인간의 존엄성이 인식되는 동시에 국가가 필요한 능력과 가능한 조치를 갖추게 되면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사형제도가 폐지되어도 괜찮을 정도로 우리 나라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과 동시에 거기에 대처하는 능력과 조치를 갖추고 있느냐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