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생명윤리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 중에 세상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문제는 단연 인간 배아 복제와 관련된 문제였다. 2001년 5월 과학기술부가 위촉한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내놓은 생명윤리기본법 골격안이 발표되자 생명공학계, 시민단체 그리고 종교계는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며 커다란 논쟁에 돌입하였고,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비판 혹은 지지의 목소리를 높였었다.
논쟁의 핵심은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인간 배아 복제의 허용 여부였다. 이를 금지하는 기본 골격안에 대해 생명공학계 일부는 거세게 반발했었지만, 종교계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잔여 배아를 이용한 연구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가했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렇게 서로간의 상이한 입장과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고, 결국 생명윤리기본법은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도 되지 못했다. 지금은 생명윤리기본법이 과연 올해에는 만들어질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면서 새해를 시작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기본 골격안의 내용에 대한 각계의 입장 차이가 마치 통일된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처럼 비추어지면서 정부는 일부러 이 법안의 상정조차 미루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 해 발표된 생명윤리기본법 골격안이 일부 생명공학계의 조직적이고도 거센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에 정부가 오히려 그들의 편을 들어 법안 제정을 미루고 있다는 오해도 없지 않은 현실이다.
이 법안 제정이 지연되면서 생명윤리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된 듯한 느낌이다. 작년에는 실제로 미국의 인간복제회사라고 할 수 있는 클로네이드사의 라엘이라는 사람이 와서 한국에서 인간복제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밝히는 공개 기자회견까지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니 어쩌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복제인간이 태어난 나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이 상황에서 매우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가 인간복제를 위한 실험무대가 되고, 인간 생명에 대한 온갖 위협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리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부 생명공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 생명 경시 실상을 막을 수 있는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각한 염려 때문에 지난해 7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여성계, 농업·생협단체, 환경단체, 시민단체 등 69개 단체가 참여하는 「조속한 생명윤리기본법 제정 촉구 공동캠페인단」이 구성되어 정부와 국회가 생명윤리기본법을 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100만 서명운동에 돌입하였다. 물론 생명윤리 각론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생명윤리기본법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교잡행위 금지, 인간 복제, 인간배아 복제금지 및 인간배아의 보호, 우생학적 목적의 유전자 치료 금지 등 공동캠페인단이 주장하는 생명윤리기본법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은 실상 생명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생명윤리기본법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존엄성을 확보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인권의 신장이라는 근본목적을 지향한다고 할 때 이 법안 제정의 지연은 그만큼 이 사회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데에 일조하게 될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닌가? 하루 빨리 이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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