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국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장 주교는 의과대학이 있는 가톨릭계 대학교의 총장들에게 「인간배아 복제 및 연구에 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서신을 발송하였다. 이 서신은 가톨릭 교회가 생명과학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많은 윤리 문제들 중에 특히 인간 배아 복제와 이에 관련된 실험 및 연구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주목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과 함께 가톨릭계 대학 안에서 교회가 가르치는 윤리적 내용과 상반되는 연구나 지원, 나아가 지원 신청까지도 이루어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실상 오늘날 생명공학의 발달은 인류의 삶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의 변화 또한 지금까지의 양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리라 예상된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 생명의 연장은 물론 지금까지 난치병이라고 여겨졌던 수많은 질병들이 극복될 날도 머지 않았고, 나아가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예상도 가능케 하지만 여기에는 아직 수많은 윤리 문제들에 대한 토론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많은 윤리 문제들 중에 가톨릭 교회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고 있는 문제는 인간 배아 복제와 이에 관련된 실험 및 연구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톨릭 교회의 교도권은 인간 생명의 시작을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 곧 수정란에서부터라고 가르치고 있으며, 따라서 인간으로서의 모든 유전자를 갖춘 수정란, 곧 인간 배아를 인간의 손으로 만들고 조작하고 또 파괴하는 연구나 실험은 인간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이며 파괴로 간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은 당연히 가톨릭계 교육기관에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이 서신은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는 소위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의 과제를 선정, 발표하면서 「줄기세포」연구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필자는 정부의 이러한 발표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또 토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같은 발표는 자칫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정당화시키고, 나아가 인간배아 복제까지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생명공학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생명윤리기본법에서도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내용이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것인데도 정부는 이에 따르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히려 산업적 측면에서의 관심만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는가?
생명공학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속도를 낸다는 것 자체가 그르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엇이 더 시급하고 필요한 것인가는 정부가 더 잘 판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이 상황에서 시급한 것은 연구개발사업이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과학의 참된 발전을 위한 생명윤리법의 제정이 더 시급하다. 생명윤리법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고 그 법의 보호 안에서 생명과학 분야의 여러 사업들이 시행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인 것이다.
생명윤리법의 기초는 당연히 인간 생명의 존엄성 존중이어야 하며, 생명과학 분야에서의 연구개발 사업 역시 이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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