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모범과 가르침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수도생활은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하여 교회에 내려 주신 은혜이다』(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권고 「봉헌생활」 11항).
오늘 주님 봉헌축일은 바로 수도자들의 수도생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수도성소 육성을 활성화시키고자 제정된 제6회 봉헌생활의 날이다.
수도자는 예수님이 생활하신 정결, 가난, 순명의 삶을 본받고 따르고자, 서원을 통해 자신을 오롯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세상 한 가운데서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구현되도록 형제 자매들을 위한 봉사에 자신을 바치는 삶을 사는 이들이다.
수도생활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는 하느님 체험, 공동체 생활, 선교 사명, 예언자적 대안의 삶이다. 이 중 예언자적 대안의 삶 즉 「카리스마」를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각 수도회의 당면과제라고 본다. 수도생활은 제한된 상황을 살면서 쇄신과 「예언자적 비판」의 기능을 하는 생활 양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일은 한국교회의 수도자들, 특히 여성 수도자들은 본당 사도직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 삶에 맡겨진 새로운 시대적 증언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수도생활의 당위성을 생각하더라도 본당을 초월한 보다 다양한 사도직, 수도자만이 해낼 수 있는 사도직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여자수도회 실태조사(1999년)결과가 이를 반증한다. 본당 사도직은 다른 사도직에 비해 포기해야 할 1순위 사도직으로 나타난 것이다. 본당사도직에 종사하는 많은 여성 수도자들이 본당 사제와 수도자와의 관계가 영적 도움의 관계라기 보다는 수직적인 관계라고 응답한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케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성수도자들보다 오히려 남성수도자들이 헤쳐나가야 할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이 한국교회 수도회들의 현주소다. 그 숫자가 적은 것은 물론 심한 경우 남성 수도자가 있는지도 모르는 평신도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교회는 수도생활의 의미와 그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수도회가 활성화될 때 한국교회의 내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몇 교구별로 수도자들의 연대모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해당 교구에 다양한 영성을 꽃피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때마침 서울대교구의 경우, 수도회 담당주교까지 배출한 점은 돋보이는 조처로 받아들여진다.
차제에 각 교구마다 수도자 전담사제 또는 수도자국을 개설하면 좋겠다. 교구의 다양한 필요에 수도회가 참여하고 협력하도록 하는 한편 수도회들로 하여금 그들의 독창성과 독특한 창의력을 교구에 제공토록 함으로써 교구와 수도회가 동반자적 관계형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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